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Oct 24. 2016

03. 돈은 책에 있지 않고 세상에 있다.

<그 월급에 잠이 와?>

         

경제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전설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 1906~1999)가 남긴 명언 중 하나다. 지식이 있다고 해도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장, 즉 투자환경은 왜 수시로 변할까? 그것은 우리가 흔히 “호황이다” 혹은 “불황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경기가 늘 변동하기 때문인데, 이것을 ‘경기순환’이라고 말한다. 호황에서 불황, 혹은 불황에서 호황은 대체로 어느 한순간 갑자기 일어나진 않는다. 물론 그런 경우도 간혹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의 외환위기, 세계경제의 경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이와 같은 갑작스런 경기변동을 ‘거품붕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거품붕괴 역시 그럴 만한 징조들이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지는 현상임을 생각할 때 그것을 ‘갑작스럽다’고 표현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그래서 경제를 공부한다, 분석한다, 예측한다, 판단한다 등의 표현들은 결국 경기순환을 공부하고, 분석하며, 예측하고, 판단한다는 뜻과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경제 혹은 경기순환을 깊이 있게 공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같은 경기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호황기엔 금리가 오른다. 투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가 줄어드는 불황기엔 금리가 떨어진다. 한마디로 금리는 경기순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돈을 불리겠다고 섣불리 나서다가는 마치 물때도 모른 채 바다로 걸어나가는 것만큼 위험하다. 그래서 그 전설적인 투자자는 경기순환, 즉 금리변동에 따라 우리가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을 사람들은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라고 부른다.

이 모형을 이해하면 경제라는 큰 틀에서 시장이 바뀔 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이 모형은 앞에서 언급한 경기순환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부터 경기순환 과정을 조금 더 세분화하여 투자 대상과 결합해보면서 하나씩 풀어보자. 이것만 제대로 이해하면, 투자를 하면서 매번 부자들이 털고 나오는 시점에서 뒷북치거나 고점에서 물리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


1. F → A
이때는 소득이 늘어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경기가 과열된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책당국은 금리를 인상한다. 이렇게 금리를 올리다 보면 A(금리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때는 금리가 높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즉, 금리가 2%일 때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약 8%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져 5% 정도가 된다면 상대적으로 위험 대비 기대수익 자체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때는 원금이 보장되는 5%의 예・적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2. A → B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자가 비싼 대출을 갚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출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가 침체된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해 이때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고금리의 매력도 조금씩 줄어든다.

B시기가 다가오면 조금 덜 안정적이지만 은행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으로 자산을 이동한다. 왜냐하면 채권은 확정된 금리를 받을 뿐만 아니라 금리가 계속 인하되면 고정금리인 채권의 인기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 10%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시중금리가 5%로 하락했다고 하면, 내가 가진 채권은 시중금리에 비해 상당히 매력적인 상태가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채권을 사기 위해 몰려든다. 다시 말해, 시중금리가 떨어질 때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3. B → C
계속해서 금리가 떨어져 바닥에 접근하면, 이때부터는 부동산이 점점 매력적이 된다.

대부분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은 자기 돈만으로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낮아져 대출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4. C → D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돈 빌리기가 쉬워 투자를 많이 한다. 또한 지출도 증가하면서 기업매출도 늘어나며, 이로 인해 주가는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5. D → E
부동산과 물가상승 등 경기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걱정되는 정부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대출비용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금리인상기에는 또한 채권에 대한 매력도 없다. 앞의 예와 반대로, 이번에는 연 5%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시중금리가 10%로 인상되면 그 채권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인상기에는 부동산과 채권에 대한 투자가치가 줄어드는 대신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투자매력이 증가한다.


6. E → F
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경기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소비도 늘어나고 기업들의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 투자 역시 매력적이다.

이처럼 금리 변화와 함께 경제는 순환한다. 그리고 금리 변화에 따라 투자 대상 역시 함께 순환한다. 요약하면, 금리 인상의 정점에서는 현금(예·적금)이 유리하고, 금리인하기에는 채권이 유리하다. 그리고 금리 인하의 정점에서는 부동산이 유리하고. 금리인상기에는 주식이 유리하다. 이렇게 경기순환에 따라 투자 대상이 현금(예·적금) → 채권 → 부동산 → 주식으로 순환한다.

물론, 이 모델이 실제 현상과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최소한 감은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인상기에 채권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뒤늦게 올라타 뒷북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반대로, 금리인하기에 돈을 예·적금에만 묶어두거나, 비싼 가격에 주식에 투자하여 낭패 보는 일은 막을 수 있다.

1등은 못 되어도 평균은 할 수 있다. 투자를 이해하는 데 금리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위화감이 드는 것은 제외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