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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이 여자의 외박 대응법?

<9교시 연애능력 평가고사>

by 더굿북
오징어 씨와 데이트 중인 미선 씨. 그녀가 외박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은 무엇일까?

1) 공개된 장소에서만 데이트한다.
2) 데이트를 거절한다.
3) 아는 오빠랑 같이 나간다.
4) 전기 충격기를 가져간다.
5) A4 용지에 프린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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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내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야기다. 금요일을 맞아 우리도 홍대에서 한번 놀아보자고 한 날이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평소 안 마시는 술도 많이 마셨다. 재즈에 취해 와인에 취해 한참 분위기가 좋아질 무렵.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지나 새벽 1시를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도 끊어지고 와인도 빈 병이 됐다. 내가 먼저 칼을 뽑았다.

나 : 우리 이제 나가자.
여친 : 나가서 어디 갈 건데?
나 : 몰라. 나 답답하고 어지러워. 일단 나가자.
여친 : 잠깐만 (하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서 나에게 준다.)
나 : 그게 뭔데?

A4 용지에 몇 장 프린트한 것을 줬는데, 보니까 홍대입구역 근처 찜질방 약도를 다 뽑아 놓은 것이었다. 7번 출구 근처였나? 무슨 불가마 찜질방에 갔는데 불금의 홍대 찜질방은 정말이지 전쟁터였다. 도저히 잠은 못 잘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솔직하게 고백한다. 만약 그때 아내가 내 의도(?)에 따라 순순히 ‘MT’(?)를 따라왔다면 어쩌면 지금 우리는 남남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작업에 실패했음에도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신뢰가 생겨 그때부터 더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남자의 이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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