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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1. 2016

02. 무엇이 진실에 영향을 미치나

상상, 신념, 경험은 진실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적어도 세 가지 서로 연관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바로 상상, 신념, 경험이다.

   
진실과 상상
   

상상은 인간에게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다. 우리는 상상력 덕에 삶의 여러 가상 상황을 탐구할 수 있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상상이나 논리에 기반을 두는 정도에 따라 하나의 연속체로 존립한다고 할 수 있다. 몇몇 정신 의학자는 개인이 이 연속체의 어디쯤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시행한다. 이 테스트는 허버트(Herbert)와 데이비드 스피겔(David Spiegel) 부자가 고안한 것이다. 지금은 세상을 뜬 허버트 스피겔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신의학과 임상 교수를 지냈다. 그는 다중인격장애에 시달렸던 시빌(Sybil)이라는 여성을 치료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다. 그의 아들 데이비드 스피겔의 경우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정신의학과 부학과장을 지냈다.
     
스피겔 부자는 둘 다 최면술의 임상적 활용에 관한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들은 최면술에 관심이 많은 까닭에 사람이 최면에 얼마나 잘 걸리는지 알 수 있는 테스트를 만들었다. 이 테스트를 통해 검사받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백일몽을 꾸고 상상력의 지배를 받는지, 즉 논리와 현실을 얼마나 쉽게 버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테스트는 임상의가 개인의 공간 인식 능력, 시간 지각 능력, 신화를 쉽게 믿는 요인, 사실을 이해하는 스타일을 평가하도록 구성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의 질문을 테스트에서 접할 수 있다. “극장에서 영화나 연극을 볼 때 작품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적이 있는가?”
   
이런 능력은 진실에 관한 논의와도 관계가 있다. 정신이 여러 가상 상황을 탐구하는 능력은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정말 그렇게 많은지 의심이 들면, 2014년 3월에 「미국 정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실린 ‘음모론과 대중의 편집증적인 스타일(Conspiracy Theories and the Paranoid Styles of Mass Opinion)’을 읽어 보기 바란다. 시카고대학교의 연구원 에릭 올리버(J. Eric Oliver)와 토머스 우드(Thomas J. Wood)는 대중이 음모론을 지지하는 현상의 본질을 살펴보았고, 이런 전례 없는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2006년과 2011년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시행한 4개의 설문 조사 결과, 미국인의 절반이 1개 이상의 음모론을 지속해서 믿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러 이론적인 고찰과는 달리 음모론을 지지하는 성향이 평균 이상의 권위주의, 무지, 정치적 보수주의 등의 결과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올리버와 우드는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도가 분명한 세력이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과 선과 악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에 끌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피겔 부자가 ‘최면에 걸리기 쉽다.’고 판단했을 사람들이며,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현실과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의 사회과학부 통신원 샹커 베단텀(Shankar Vedantam)은 방송에 소개된 이 연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특히 미국인이 왜 음모론을 쉽게 믿는지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 그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이론을 믿는 사람들은 교육을 못 받았거나, 미신을 믿거나, 정치적으로 당파성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음모론을 믿는 사람에 대한 일관성 있는 예측 변수는 오로지 ‘미국인다운 태도’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개인주의를 추구하거나 권위를 불신하는 태도 말입니다. 이런 요인들이 모여 비밀스러운 커다란 세력에 의해 조종되지 않으려는 욕구로 나타납니다.”
   
전직 FBI 특수요원 데이비드 메이저(David Major)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방첩, 첩보, 안보 프로그램의 초대 국장을 지냈다. 그는 사람들이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유를 보완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것은 사악한 ‘그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알게 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이론을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모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의식과 능력은 숨은 ‘진실’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가는 음모론 중 하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다. 갤럽(Gallup)이 케네디 암살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1%가 리 하비 오스월드(Lee Harvey Oswald) 이외의 인물들이 암살에 개입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갤럽이 197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에 한 설문조사 결과 나왔던 81%보다 하락한 수치다.
     
우리가 이런 망상에 이르게 된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식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수년간 이야기를 나눈 다수의 정보 담당자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작전 일부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허위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이런 방법은 1991년에 구소련이 무너지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KGB(Committee for State Security)로 불리던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의 뒤를 이어 FSB(Federal Security Bureau)라는 러시아연방보안국이 이 임무를 물려받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 우파가 꾸민 음모론의 결과라는 지배적인 사고가 러시아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CIA도 연루된 이 음모론을 퍼뜨린 주범은 바로 러시아였다. 암살이 일어났을 당시, KGB에서 은퇴한 올렉 칼루긴(Oleg Kalugin) 소장은 뉴욕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국제연합(UN)의 라디오 모스크바(Radio Moscow) 통신원으로 첩보 활동과 영향력 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스크바로부터 전보를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우파들이 케네디를 싫어해서 죽인 것으로 소문을 내라고 노골적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케네디를 암살한 것이 미국의 계획이었다고 말입니다. 그 목적은 CIA와 FBI를 비롯한 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었지요. ‘그들이 모두 암살에 개입되어 있다.’라는 것이 소련의 주장이었습니다.”

Oleg Kalugin


이 주장은 호아킴 조스텐(Joachim Joesten)이 집필하고 영국 출판사가 최초로 출간한 「오스월드, 그는 암살자인가 희생양인가(Oswald: Assassin or Fall Guy?)」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뉴욕 타임스」에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해 음모론에 엄청난 신빙성을 더한 빅터 펄로(Victor Perlo)와 조스텐은 모두 KGB의 하수인이었다. 국제 스파이 박물관의 전직 사학자 토마스 보그하르트(Thomas Boghardt)는 이런 노력의 결과를 더 큰 맥락에서 살펴보았다. 그는 「적극적인 조치(Active Measures)」라는 기사에서 구소련과 러시아의 허위 정보 유포 활동에 대해 다뤘다. 이 기사는 스파이 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백만 명의 사람이 KGB가 만들어내고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같은 사람들이 널리 퍼뜨린 음모론을 믿고 있다. 그들은 음모론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그에 반하는 증거를 아무리 많이 접하더라도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적다. 샹커 베단텀(Shanker Vedantam)은 NPR의 해설 방송에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그것을 반박하는 사실을 접했을 때 오히려 음모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믿으면 그 이론과 반대되는 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그 증거조차 음모론의 일부로 편입해버리게 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증명서를 예로 들면, 그 증명서가 하와이에서 날아온 순간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와이에 있는 그 병원도 음모론에 개입됐다고 생각합니다.”
     
진실과 신념
   
창세기 3장 1~7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글을 읽으면서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이라고 믿어지는지 생각해 보라.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라고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먹을 수는 있으나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이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라고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그 열매를 먹는다고 해서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하여 그 열매를 따먹고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의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여러분이 만일 성서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뱀이 벌거벗은 여자에게 말을 해서 나쁜 짓을 하도록 설득한 일을 사실로 여길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그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이 구절을 비유로 해석하면, 인간이 유혹에 나약하기 때문에 선택 앞에서 신중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교훈으로 이해할 것이다.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이든 비유로 해석한 사람이든 여기서 보이는 진실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가!’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뱀이 벌거벗은 여자에게 말을 했다.’는 부분이 과연 진실인지는 의견이 엇갈릴 것이다.
     
나는 역사상 뱀이 말을 한 적이 있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을 하지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진실을 규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경우, 종교적인 믿음 일부분을 ‘진실’이라고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가장 곤란한 부분이다. 이런 두 부류의 사람 간 차이와, 진실에 대한 이들의 시각차는 단순한 논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즉, 뱀이 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밝히는 것만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분석적인 사고가 독실한 신자의 종교적 믿음마저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연구진에 의하면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간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에 대한 공통점은 생각보다 많다. 이 연구는 샘 해리스(Sam Harris)와 조나스 캐플런(Jonas Kaplan)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종교적인 믿음을 일상적인 생각과 비교하는 데 최초로 뇌 과학을 활용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각각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이는지를 확실하게 알기 어려웠다. 그들의 진실을 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의 발명으로 우리는 이제 활동 중인 뇌의 영상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믿거나 믿지 않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볼 수 있다. 사실 뇌에는 ‘믿음이 일어나는’ 영역이 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이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라는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를 이 영역이 결정한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을 달리 묘사하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믿는 것은 그것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뇌 스캔 결과를 살펴보면 종교적인 믿음이 정치적이나 문화적인 믿음과 똑같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뇌는 내용과 관계없이 무엇이 사실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종교를 믿거나 안 믿거나 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어떤 이유로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실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옆집 사람이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믿는 사람에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한다면, ‘옆집 사람이 외계인이냐?’는 테스트를 자연스럽게 통과할 것이다. 샘 해리스는 이런 연구 결과가 언젠가는 ‘거짓말 탐지’처럼 ‘믿음 탐지’가 가능한 도구의 발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오직 진실만을 듣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분석 방법으로 활용될 것이다.
     
진실과 경험
   
웬디 애론슨(Wendy Aronsson)은 25년 넘게 심리치료사로서 개인, 커플, 가족을 상담해 왔다. 그녀는 「빈 둥지 다시 꾸미기(Refeathering the Empty Nest)」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상담 중에 환자의 상황이나 감정과는 다른 ‘실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환자의 진실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만일 애론슨이 배우자와의 어려운 순간에 대해 털어놓는 환자에게 세부사항을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그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에 필요한 신뢰는 쌓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관심이 필요한 곳은 환자가 겪은 인간관계로 생긴 아픔이며, 환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세부사항은 실제 사건과 어느 정도만 일치하면 된다.
     
애론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법 다르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진실이 같지 않은 것은 각각 다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고유한 관점에 대한 이런 관용이 법 집행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애론슨과 같은 심리치료사에게는 필수적이고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 일부를 삭제하거나 왜곡하는 행동은 그녀가 환자를 돕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따라서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환자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치료사가 얼마나 받아들이는가는 치료사가 환자를 진실로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환자가 얼마나 받아들이는가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심리치료사인 트레버 크로우(Trevor Crow)는 나와 함께 집필한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하기(Forging Healthy Connections)」에서 개인의 경험이 사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한다. 다이앤(Diane)과 마이크(Mike)의 이야기인데 친구들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 두 사람을 거의 갈라놓을 뻔했다. 다이앤은 친구인 그녀들이 그저 자신을 이용하고 모욕했다고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마이크는 그녀들이 다이앤과 자신을 둘 다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각자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다이앤의 ‘진실’은 트레버가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무너졌다. 트레버는 다이앤이 왜 개구리인지도 설명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전갈이 강을 건너기 위해 개구리의 등에 올라탔는데 개구리의 머리를 독침으로 쏘고 만다. 개구리가 죽어가면서 전갈에게 “나한테 대체 왜 그런 거야?”라고 묻자 전갈은 이렇게 대답한다. “이 바보야, 나는 전갈이니까.” 다이앤은 자신을 괴롭히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언니 때문에 자신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평화를 유지’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이크는 다이앤의 ‘진실’을 이해하자마자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일화가 헤피 엔딩으로 끝난 이유는 두 사람이 그녀의 친구들과 친구들의 행동을 똑같은 시선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유한 경험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이제 진실이라고 여길 수 있는 내용에 변화를 주었다.
     
어떤 개인의 경험이 사실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예는 많다. 여기에는 데이트, 식사, 운전 등의 일상적인 활동도 포함된다.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간 집에서 여주인이 “왜 양 갈비를 안 드세요?”라고 묻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여러분의 대답은 “맛있는 양 갈비를 먹어 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자. 그렇다면 양 갈비가 맛이 없다는 것이 이 대화의 진실인가? 아니다. 여기에서 ‘사실’은 여러분이 맛있는 양 갈비를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진실’은 정성껏 준비된 양 갈비라면 여러분이 맛있게 먹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은 감각기관을 통해 모은 정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러 정보 조각 간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마크(Mark)가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다는 것과 그가 주말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것은 두 가지 ‘사실’이다. 만일 여러분이 마크의 직장 동료들만큼 그에 대해 모른다면, 그가 뉴올리언스를 싫어하고 필라델피아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마크는 뉴올리언스를 좋아하지만,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이사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필라델피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는 어쩔 수 없이 주말마다 집이라고 부르고 싶은 곳을 떠나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도시로 돌아간다. 이 이야기에서 진실의 근본적인 요소는 마크의 감정이다.
     
진실은 현실에 기반을 둔다. 개인의 상상력, 신념, 경험은 그런 현실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거나 잘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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