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철학자의 조언

by 더굿북
북 큐레이션 : KBS 오수진 캐스터


철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어떤 문제든 끈덕지게 매달려 해답을 얻으려고 했던 ‘유별난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이 그토록 매달린 문제는 자신이 살던 시대였고, 자신이 살던 시대의 숙제였다. 그 숙제가 우리에게도 있다.

<삼삼한 책수다>로 생각하고 공부할 책을 만나는 오수진입니다. 오늘 만날 책은 어렵고도 복잡한 철학에 관한 책이지만,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쉽고 재밌는 철학책입니다. 무엇보다, 쉬운 문체가 저자가 아닌 독자를 위한 철학책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실존, 행복, 정의, 정치, 과학, 종교 등 아홉 가지 영역에서 깊은 통찰을 통해 숙제를 해결하려 했던 마흔 명의 철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들이 끈덕지게 철학을 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앞선 시대의 철학자들이 남긴 지적 탐구의 결과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더 많은 결과물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철학자들의 지적 탐구의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우리 시대의 숙제를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에리히 프롬을 만나세요. 그는 연인이나 배우자를 구속하고 지배하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상대에게 몰입하며 그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이는 소생과 성장을 낳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사랑이 구속하고 소유하는 사랑은 아닌가요?

분란과 다툼 때문에 힘들다면 장자의 조언을 들어보세요. 장자는 분란과 다툼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하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자기만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옳을 수 있음을 알라고 했습니다. 다른 것을 곧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마음의 평온을 찾는 길이며, 자신을 보전하는 길이라는 말입니다.

21세기가 되어도 바람직한 공직자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아무도 철학자에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바람직한 공직자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정약용의 조언을 들어보세요. 정약용은 공직자는 모름지기 바른 몸가짐과 청렴한 마음으로 절약하고 청탁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의 초대 주석이었던 호찌민이 정약용의 조언을 듣고자 《목민심서》를 열심히 읽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주체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하버마스의 조언을 들어보세요.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에서 의사소통함으로써 붕괴한 공론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활세계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공론장과 다르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생활세계에서 형성된 여론이 사회운동을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철학을 하라는 스피노자의 조언, 형벌이 잔혹한 나라는 전제국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베카리아의 조언, 백성의 지지를 얻으려면 먼저 그들을 부유하게 하라는 관중의 조언 등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줍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조금 더 단단한 우리를 만들어 세상과 마주하게 합니다.

쉽고도 행복한 철학, 인류의 역사에 쌓인 지식의 샘에서 지혜를 구해보세요. 마흔 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인생을 만난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터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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