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월급에 잠이 와?>
“자산이 있어야 관리를 하지!”
자산 관리에 대해 얘기할 때 많이 듣는 대답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자산 없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산이란, 현재 자기가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산이 1,000만 원인 사람이나 10억 원인 사람이나 같은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자산은 있다. 때로는 부채도 자산일 수 있다.
사실 자산 관리는 가진 사람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오히려 없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다.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또 그 주변에는 그들의 자산을 지켜주고 불리기 위해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이 많다.
반대로 자산이 적은 사람들은 자산 관리를 의지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자산 관리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자.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에 앞서 두 가지 중요한 자산 관리 원칙부터 알아보자.
첫 번째 원칙. 까먹지 않아야 한다.
위 도표를 보자.
목돈으로 10년 동안 투자한다. A는 수익률이 해마다 20%와 -10%를 반복하고, B는 해마다 10%와 0%를 반복한다. A는 은근히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B는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이 경우 해마다 기록한 단순 수익률을 합쳐보면 두 사람 모두 50%로 동일하다. 하지만 원금 대비 실질 수익률도 같을까?
아니다. 오히려 B가 A보다 1.5배 정도 더 벌었다. 공격적인 느낌의 A가 수익도 더 많이 날 것으로 생각됐는데 B의 수익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무려1.5배씩이나!
그 이유는 ‘-50=100’ 법칙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익률이 -50%가 되면 100% 수익이 나야 원금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 5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면, 다시 원금 100만 원이 되기 위해서는 두 배(50만 원→100만 원)의 수익이 나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수익률이 A, B 모두 동일했다면 -50%의 수익률이었던 A가 더 손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1,000만 원을 투자해 30년 동안 연 10%의 수익을 꾸준히 낸다면 약 1억 7,500만 원이라는 큰돈이 된다. 그런데 투자 기간 30년중 10년째, 20년째, 30년째 딱 세 번만 수익을 못 올리고 0%에 그쳤다고 치자. 그럼 약 1억 3,100만 원이 된다. 고작 세 번의 결과만으로도 처음과 무려 4,400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번에는 투자 기간 30년 중 10년째, 20년째, 30년째 딱 세 번만 수익률이 -10%였다면 약 9,500만 원이 된다. 처음 경우의 절반정도로 자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라 하면 얼마나 큰 수익을 낼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는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굉장히 낮다. 그러니 그건 신의 영역이다. 오히려 까먹지 않으면서 적은 수익을 꾸준히 길게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
잘 알려져 있듯, 워런 버핏의 첫 번째 투자원칙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산을 불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원칙. 전체 수익률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해야 마음도 편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며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여유자금으로 한다면 자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 예를 보자.
A : 자산 1,000만 원 중 100만 원으로 투자
B : 자산 1억 원 중 100만 원으로 투자
이렇게 둘 다 100만 원을 투자하여 50만 원, 즉 50% 수익이 났다고 하자. 그러나 각각이 가진 총 자산에서의 수익률을 보면 A는 원금 1,000만 원 대비 5%이며 B는 원금 1억 원 대비 0.5%다.
요즘 같은 때 50%면 대박이다. 하지만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났다고 한들 B처럼 전체 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적다면 자산 증식에 크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펀드를 비롯한 각종 투자 상품들에 조금씩 투자해봤지만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다. 자산 관리는 ‘자산’이라는 덩어리 자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투자하는 것에는 민감하지만, 총 자산수익률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다. 월급의 대부분을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모르는 보험상품에 넣어두고, 은행 예·적금에 목돈 조금, 성과금 조금, 때로는 배우자가 모르는 비자금으로 주식에 조금 투자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늘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수익에 집중하고 있으니 자산이 늘어날 수가 없다.
총 자산에서 5%의 수익을 내기가 쉬울까, 아니면 여유자금 일부만 투자해서 50%의 수익을 내는 것이 쉬울까? 당연히 1억 원을 활용하여 5% 수익을 내는 것이 100만 원을 가지고 50% 수익 내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만큼 크게 볼수록 투자는 쉬워지고 위험은 낮아진다. 적은 돈을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큰 돈을 중위험 중수익 또는 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기대수익의 저위험 저수익 상품에 투자해야 전체적인 자산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돈을 하나의 계좌로 합쳐 전체 수익률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수익률이 아니라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반드시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