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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1. 2016

01. 학력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학력파괴자들>

대학 중퇴는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
_스티브 잡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델(Dell), 오라클(Oracle), 페이스북, 트위터, 월트 디즈니, 드림웍스. 이 세계적인 기업들에 공통점이 있다. 무엇일까?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모두 학교를 중퇴한 사람들이 창업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외수, 유재석, 서태지, 허영만, 이청용, 이세돌 등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정규 교과과정을 밟지 않고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고학력이 성공의 필수요건처럼 여겨지는 시대인데도 이들 대부분은 오히려 학교에 가지 않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당당히 말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들은 어떻게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아니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켄 로빈슨(Ken Robinson)



수년 전 나는 우연히 테드(TED)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던 켄 로빈슨(Ken Robinson)의 강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Do schools kill creativity?)’라는 제목의 이 강연에서 그는 “공교육의 목표는 교수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며, 교육제도는 산업사회의 요구에 맞는 일을 할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위권 몇 명만이 차지할 수 있는 교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세상의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그렇게 오랫동안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교과제도가 한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 나는 그저 사회에서 잘 돌아가는 부속품이 되기 위해 무려 16년이나 교육을 받았단 말인가? 그동안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그리고 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한꺼번에 나를 덮쳤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대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저서 『린치핀』에서 ‘우리가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와 시스템에 의해 세뇌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관습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받아들인다. 사회와 학교는 ‘나’라는 개성체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전체를 위해 일할, 말 잘 듣는 순응자만 원할 뿐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안정’을 대가로 받고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이 무엇인지 깨달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족쇄에 묶여 자라난 탓에 어른이 되어서도 탈출 시도조차 하지 않고, 모험은 꿈도 꾸지 못하며 살아가는 서커스장의 코끼리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교육자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은 “어린이는 물음표로 입학해 마침표로 졸업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자.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던 꼬마였던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 는 순간부터 선생님이 원하는 정답을 맞히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가 아닌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를 하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목표를 자기의 목표로 맹신하며 사는 사람은 족쇄에 길든 코끼리와도 같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이 교실 속에서 만들어진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있을 때, 세상으로 뛰쳐나와 자신이 열망하는 것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역사를 바꿀 업적을 남겼고 세상을 변화시켰으며 세계 경제와 부를 지배하고 있다.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라이트 형제, 링컨, 앤드류 카네기, 헨리 포드 같은 역사적 인물들은 물론 전 세계인의 생활양식을 바꾼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빌 게이츠(Bill Gates),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마이클 델(Michael Dell)도 모두 학교를 중퇴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학교에서 뛰쳐나와 세계적 기업을 세운 억만장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에 나와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계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학력파괴의 바람이 뜨겁다. 학력이 아닌 실력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환경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는 구글은 매해 대학 졸업장이 없는 직원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왜 중퇴자들을 주목하는가?

내가 학력파괴자들에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의 학교 교육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들을 통해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급변하는 미래에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과연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그들의 성공과정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프레임 안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교육받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삶은 앞으로 전혀 승산이 없다.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열정적으로 꿈을 좇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만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

미래는 전문가를 넘어선 ‘초전문가(Hyperspecialization)’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부 기업과 조직이 주도하는 것이 과거의 시스템이었다면 미래에는 수많은 사람 각자가 서로 다른 가치를 창출하여 리더가 되고 최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거대한 기업의 작은 톱니바퀴가 될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자기 분야의 온리원(Only one)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처럼 무조건 내용을 암기하고 정답을 고르는 요령을 익히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이런 초전문가를 키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주말 TV 채널을 돌리다 〈1박 2일〉의 ‘서울대 특집’ 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국 최고의 명문대생들은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집중해서 봤지만, 그들 역시 보통의 청춘들과 다를 바 없었다. 멤버인 데프콘이 “공부를 잘하니 취업 걱정은 안 하겠네요?”라고 물으니 모든 학생이 손사래를 치며 “문과는 어딜 가도 취직이 안 돼요.”, “문과만이 아니에요. 건축도 암울해요.”, “다들 고시 공부하느라 바빠요.”라고 대답했고, 한 남학생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서울대 입학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를 이루고 나니 허무했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2013~2014년 통계를 보면 소위 ‘스카이(SKY) 대학’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3,745명 중 취업한 학생은 1,701명으로 45.4%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심지어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이보다 더 낮은 40.5%였다. 서울대 우수졸업 학점 기준인 3.60을 넘었을 뿐 아니라, 토익 950점 이상, 해외 교환학생, 대기업 인턴이라는 스펙을 쌓은 학생들마저 서류전형의 문턱조차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라는 간판이 더는 취업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기업들이 스펙을 중요시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고위 임원은 “우리는 카이스트나 ‘스카이’ 출신을 우선하여 뽑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명문대생을 뽑아 일을 시켜봐도 ‘별것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답 맞히기’ 훈련만 받아온 이들은 위험한 임무를 피하려 하고, 인지도 낮은 대학 출신 학생들보다 진취성과 도전의식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고전 중인 것은 명문대생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선망한다는 고소득 전문직종도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의 통계에 따르면 파산으로 일반회생을 신청하는 사람 중 41.4%가 전문직 종사자이다. 특히 치과 의사, 한의사, 약사 등 의료계 종사자만 25.4%에 달한다. 매년 3,000여 명에 이르는 의사면허 합격자를 배출하는 의료계는 세 명이 개원할 동안 두 명이 폐업을 신청하는 양상을 보인다. 법조계 사정도 만만치 않다. 2014년까지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취업률은 3년 연속 40%대로 떨어졌다. 사법고시 합격자도 일반 대졸자처럼 취업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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