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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5. 2016

09. 깡통을 그리는 남자

미래는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대로 만들어진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사느라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_ 스티브 잡스(Steve Jobs)


  공부에 목적은 중요하다. 그냥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를 공부하는 것이 아닌, 그 공부의 덩어리들을 뭉치고 융합하여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공부의 속도와 크기와 가치가 커진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그것은 공부의 목적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시기인 미래에 대한 예측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에서 무언가를 얻는 행위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사용되는 시기는 대개 미래이니 그 시기를 잘 예측하며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래를 아주 잘 본 예술가가 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 자체가 미래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는 유명인을 그렸고 수프 깡통이나 콜라병을 그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뭐 저런 것을 다 그리나?”라고 하며 수군거렸다. 그것도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으로 찍어냈으니 ‘그렸다.’는 표현보다는 ‘인쇄했다.’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깝다. 그의 작업실 이름은 ‘공장(Factory)’이었고 그 공장에는 마치 가내수공업을 하는 인쇄소처럼 직원들이 그림을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정말로 미래를 본 것일까? 그리고 그가 본 미래는 어떤 것일까?
   

(출처) huffingtonpost.com


공부를 잘하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 한 가지는 ‘잘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세계를 보는 방법, 공부하는 방법,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 미래를 보는 방법도 잘 가르쳐준다. 그런데 그들은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을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누구든 그럴 것이다. 예술가는 그림으로, 수학자는 수학으로, 소설가는 소설로 보여준다. 물론 말이나 글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가 그 말을, 그 작품을, 그 악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은 작가가 손으로 직접 그려야 하고, 그러니 작품의 숫자는 소수여야 하고, 그 대상조차도 심미적이어야 했다. 풍경화는 멋진 자연을 담아야 했고 상상력을 발휘해 신화 속 이야기를 그리거나 일상의 놀라운 순간을 담아내야 했다. 그런데 수프 깡통이나 콜라병, 심지어 영화배우를 그린다면 어떤가? 게다가 대량으로 인쇄된, 그것도 작업실의 조수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을 ‘예술품’으로 볼 수는 있는 것일까? 이것을 대량으로 팔아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이것이 예술인가? 당시의 예술가들에게 이것은 예술에 대한 반란이었고 미친 짓이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안 맞는 장소에 맞는 물건으로 그리고 맞는 장소에 안 맞는 물건으로 있기를 좋아한다. 당신이 이 중 하나가 되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거나, 침을 뱉거나, 당신을 두들겨 패거나, 사진을 찍거나, 당신이 뜨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 맞는 장소에 맞는 사람으로 있거나, 맞는 장소에 안 맞는 사람으로 있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을 만들므로 가치가 있다.” 그는 ‘다름’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은 항상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안 맞는 장소에 맞는 물건으로 그리고 맞는 장소에 안 맞는 물건으로 있다면 ‘틀렸다.’고 말한다. 전혀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다름’의 가치를 알았을 때는 맞는 장소에 맞는 물건으로 있다고 생각하는 때다. 이것은 언제일지 모를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한번 생각해보자. 앤디 워홀 같은 사람이 인쇄하듯 그림을 그려 일반 대중에게 던져주지 않았다면 지금 사무실, 방, 학교에 걸린 명화들을 그렇게나마 구경할 수 있었을까? 그가 없었다면 그림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만 감상하는 것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가 본 미래는 지금 우리의 사무실, 방, 학교와 같은 모습이었다. 예술가라는 사람들 그리고 소수의 지식인들이 자기들끼리 감상하며 자신들의 세계라고 단절시킨 예술의 세계를 대중에게 열어준 그가 놀랍고 고맙지 않은가? 이제 앤디 워홀이 자서전에서 한 이야기가 얼마나 명확하게 자신의 세계를 설명하는지 잘 이해될 것이다.
     
그가 얼마나 놀라운지 더 생각해보자. 그가 그린 소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대중 친화적인 주제들이다. 대중이 먹던 캠벨 수프의 깡통, 대중이 사랑하던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대중이 마시던 코카콜라 병들, 심지어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자신도 그림의 소재로 사용했다. 그가 사용한 소재는 대중에 사랑받는 것이었고 그가 그림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더 사랑받게 되었다. “나는 누구든지 그림으로 그린다. 나에게 질문한 사람도 그림으로 그린다. 왜 사람들은 예술가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보다 더 대중을 위한 소재가 있을까? 그리고 ‘예술가라는 사람도 특별한 존재일 수 없다.’고 일갈하는 모습이 멋지지 않은가?
     
그의 작업 방식도 살펴보자. 공장에서 가내수공업을 하듯 직원을 두고 대량생산하는 것은 작업자의 손을 통해 그의 작품에서 예술가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었다. 그는 작품마저도 예술가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지우고자 했다. 철저하게 대중의 작품이 되고자 했다. 소재도, 작업자도, 작업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그가 만든 세계는 기존의 예술세계와는 철저하게 다른, 반대편의 예술이었다. 현재가 아닌 미래 세계에서 벌어질 일들을 그는 명확하게 본 것이고, 자신의 예술 활동을 미래 세계에 대입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복제품이나 모조품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달라지기 위해, 달라 보이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역설 속에 살지 않는가?
     
“미래에는 누구든 15분간의 유명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가 생각한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여기서 ‘15분간의’는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명성을 얻다가도 순식간에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유명인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미디어에 깜짝 등장하는 일반인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연주 실력 하나로 유튜브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방송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먹고 놀고 돌아다니며 심지어 자는 모습도 대중의 관심거리다.
     
공부의 목적을 설정하는 일은 미래의 꿈을 그리는 일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먼 미래를 봐야 한다. 꿈이 며칠이나 몇 달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먼 미래를 더 정확히 볼 수 있다면 더 정밀하게 꿈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만 관심을 둔다. 그리고 그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에 호들갑을 떤다. 이런 사람은 당장 써먹을 것만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곧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반면 구글(Google)의 엔지니어링을 책임지고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같은 사람은 꿈을 정조준하기 위해 중간 중간에 이슈가 될 미래의 이정표를 확인한다. 2017년 무인자동차, 2023년 가상현실 게임, 2033년 태양에너지, 2040년 영원한 젊음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조직 구글 엑스(Google X)는 미래에 맞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이유이고, 구글 글라스(Google Glass)가 탄생하는 배경이다. 그러니 구글을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에게는 태양광을 활용하는 지구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워 반경 40km에서 와이파이를 쓰도록 하는 글로벌 와이파이 프로젝트도 있다. 또한, 지구정지궤도의 우주정거장과 지상을 탄소나노튜브로 제작한 엘리베이터로 연결해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도 있다.
     
미래는 공부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도록 돕는다. 또한, 미래 자체가 꿈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가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대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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