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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3. 2016

10. 생각하는 기계가 몰려온다. (마지막 회)

<2035 미래기술 미래사회>

1가구 1로봇 시대가 온다.

지능이 뛰어나고 감정을 느낄 줄도 아는 로봇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옴에 따라 개인용 로봇(Personal robot)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개인용 로봇은 제조 현장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집 안, 병원 또는 전쟁터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사람을 도와주거나 사람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데 도구로 이용되므로 서비스 로봇(Service robot)으로 더 자주 불린다.
     
서비스 로봇에는 가사 로봇, 교육용 로봇, 의료복지 로봇, 군사용 로봇이 포함된다. 가사 로봇은 집 안에서 청소, 세탁, 요리, 설거지, 세차, 잔디 깎기 등을 수행하여 가사 노동의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주인 대신 집을 보는 일까지 척척 해낸다. 
     
교육용 로봇은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위해 친근하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된다. 의료복지 로봇의 핵심은 수술 로봇과 재활 로봇이다. 수술 로봇은 의사의 수술 작업을 지원하며, 재활 로봇은 고령자와 신체 장애인의 재활 치료와 일상생활을 도와준다. 장애인에게 다리 노릇을 해주는 휠체어 로봇의 경우, 손을 쓰지 못하더라도 뇌파를 사용하여 조종할 수 있다. 
     
뇌파 조종 시스템의 핵심기술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MIㆍBrain Machine Interface)이다. BMI는 머릿속에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여 휠체어 등 각종 장치를 작동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손 대신에 생각 신호(Thought signal)로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특히 전신마비 환자의 경우 전신을 감싸는 옷처럼 생긴 외골격(Exoskeleton)을 입히고 BMI 기술로 외골격의 동작을 제어하면 전신마비 환자들도 다시 걸을 수 있다. 일종의 입는 로봇(Wearable robot)인 외골격은 정상적인 사람에게도 쓰임새가 많다. 가령 여성 간호사가 전신형 로봇 옷을 입으면 몸집이 큰 남자 환자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고, 병사들은 전투용 외골격을 입고 평소보다 20배 넘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군사용 로봇 또는 살인 로봇(Killer robot)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지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2008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낸 〈2025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25)〉에 따르면 2014년 무인전투차량, 곧 로봇 병사가 전투 상황에서 사람에게 사격을 가하고, 2020년 생각 신호로 조종되는 무인차량이 군사작전에 투입되며, 2025년 완전 자율 로봇이 처음으로 현장에서 활약한다. 사람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적인 로봇이 출현하면 싸움터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무자비한 살인 로봇끼리 격돌하지 말란 법이 없다.  

   
서비스 로봇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그 쓰임새가 극대화된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을 도와주는 로봇이 각 가정에 필수품이 되면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 하지만 가사 로봇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운동량이 부족해서 비만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두드러진다. 게다가 집안일을 로봇에 맡김에 따라 저소득 여성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로봇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0년부터 청소 로봇과 애완 로봇을 중심으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2010년경 사람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로봇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2020년쯤에는 개인용 로봇이 각 가정에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 1가구 1로봇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경우 2020년에 서비스 로봇의 수가 사람의 수를 초과하리라 예측하는 미래학자들도 더러 있다. 
     
그렇다면 2030년경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로봇공학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은 1988년 펴낸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로봇 기술의 발달 과정을 생물 진화에 견주어 설명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1999년 출간된 《로봇(Robot)》에서 구체화하였다. 모라벡에 따르면 20세기 로봇은 곤충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지만, 21세기에는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지능이 향상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2010년까지 1세대, 2020년까지 2세대, 2030년까지 3세대, 2040년까지 4세대 로봇이 개발될 것 같다. 
     
먼저 1세대 로봇은 동물로 치면 도마뱀 정도의 지능을 갖는다. 20세기의 로봇보다 30배 정도 똑똑한 로봇이다. 2020년까지 나타날 2세대 로봇은 1세대보다 성능이 30배 뛰어나며 생쥐 정도로 영리하다. 3세대 로봇은 원숭이만큼 머리가 좋고 2세대 로봇보다 30배 뛰어나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가령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3세대 로봇은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연습해본다. 2세대 로봇은 팔꿈치를 식탁에 부딪힌 다음에 대책을 세우지만, 3세대 로봇은 미리 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궁리한다는 뜻이다. 

2040년까지 개발될 4세대 로봇은 20세기의 로봇보다 성능이 100만 배 뛰어나고 3세대보다 30배 똑똑하다. 이 세상에서 원숭이보다 30배가량 머리가 좋은 동물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말하자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기계인 셈이다. 일단 4세대 로봇이 출현하면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다. 2040년대에 사람과 같은 지능, 곧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가진 기계가 출현하면 사람과 서비스 로봇이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맺게 될지 궁금하다.




마음 업로딩(Mind Uploading)

한스 모라벡은 《마음의 아이들》에서 마음 업로딩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뇌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장치 안으로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이라고 한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기계에 이식되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컴퓨터의 처리 성능에 힘입어 사람의 마음이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수천 배 빨라질 것이다. 마음을 이 컴퓨터에서 저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으므로 컴퓨터의 성능이 강력해지면 그만큼 사람의 인지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또한, 마음 프로그램을 복사하여 같은 성능의 컴퓨터에 집어넣을 수 있으므로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여러 개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마음 프로그램을 복사하여 보관해두면 오랜 시간이 지나간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어서 마음이 사멸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죽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이른바 디지털 불멸(Digital immortality)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라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을 서로 융합시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합시키는 것처럼 여러 개의 마음을 선택적으로 합치면 상대방의 경험이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사람의 마음을 기계로 옮겨 융합할 수 있다면 조상의 뇌 안에 있는 생존 시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내서 살아 있는 사람의 의식 속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 터이므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미래와 과거의 구분이 흐릿해질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모라벡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 로봇, 곧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이 인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로봇공학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예측 가능한 유일한 사실은 사람보다 영리한 로봇, 곧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출현하게 될 21세기 후반 인류 사회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지은이 ㅣ 이인식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지식융합연구소소장,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이며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서 《조선일보》, 《중앙선데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부산일보》 등 신문에 530편 이상의 고정 칼럼을, 《월간조선》, 《과학동아》, 《주간동아》, 《한겨레21》, 《나라경제》 등 잡지에 170편 이상의 기명칼럼을 연재하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융합한 지식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월간지 《PEN》에 나노기술 칼럼을 연재하여 국제적인 과학 칼럼니스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지식의 대융합》, 《미래교양사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 47종이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20여 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2006년 《과학동아》 창간 20주년 최다 기고자 감사패,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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