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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4. 2016

02. 미래의 직업, 대학, 인재

<학력파괴자들>

미래의 직업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은 과연 한시적인 것일까? ‘앞서 언급한 직종들이 다시 그 명예를 회복할 미래가 오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미안하지만 ‘아니오.’라고 답해야겠다. 미래 전문가들이 내놓는 예측들이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성공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만드는 자동화로 ‘제2의 기계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의 저자이자, 포스트모던 기업의 아버지인 톰 피터스(Tom Peters)는 ‘앞으로 15년 이내에 화이트칼라 직종 중 80%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예언했고,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까지 지구의 80억 명 중 절반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라고 했다. 미래학자들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하는 직업에는 금융업, 대기업, 의사, 교수, 교사, 변호사, 기자, 공무원 등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인기 직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세계 유수의 기관과 전문가들이 내놓는 미래 전망은 다음과 같다. 
         
· 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금융은 앞으로 10년 동안 변화가 가장 큰 산업 이 될 것이며 2020년 안에 은행 지점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_싱귤래리티대학(Singularity University) 
· 2025년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는 혁신을 내세운 스타트업(Start-up)의 도전에 밀려 막을 내리고 미국 근로자 34%는 프리랜서로 일하게 될 것이다. _시스코(Cisco)
· 2030년에는 뉴스의 90%를 컴퓨터가 쓸 것이다. _크리스티안 해먼드(Kristian Hammond),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 CTO
· 빅데이터가 의사의 80%를 대체할 것이다. _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전(前) 마이크로시스템즈(Microsystems) 공동창업자이자 벤처투자가
· 앞으로는 공립학교가 없어지고 교육의 공장형 모델이 교체되면서 2030년에는 교사마저 사라질 것이다. _세계미래학회(WFS, World Future Society)
· 20년 안에 사라지는 직업: 판사, 회계사, 텔레마케터, 부동산 중개인, 자동차 엔지니어, 기계전문가, 비행기 조종사, 항공 공학자, 경제학자, 세무사, 보험심사역 등 _옥스포드대학의 칼 프레이(Carl Frey)와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 교수의 보고서 「고용의 미래」 중에서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빌 게이츠는 ‘향후 10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교육받는 학생들의 목표가 대기업 취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임을 고려해보면 10~15년 사이에 일어날 변화는 매우 충격적일 것이다. 이러한 대변환기의 초입에 들어선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 과연 학생들에게 미래를 제대로 준비시킬 수 있을까? 
     
긍정적인 대답을 얻기는 힘들겠다. 지성인의 양성이라는 본질을 잊은 지 이미 오래인 데다 직업훈련소로 전락한 대학은 이제 직장마저 제대로 얻어주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대학의 수명도 불분명하다. 미래 전망에 의하면 현재의 전통적인 대학 형태는 짧으면 20년, 길게는 30~50년 뒤 몇 개의 상징적인 곳만 남고 지상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학벌이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누구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대학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 무크(MOOC)에서는 MIT, 하버드 대학, 스탠퍼드 대학 등 전 세계 190여 개국 대학과 구글 엔지니어의 강의를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 그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스타는 열두 살의 파키스탄 소녀 카디자 니아지(Khadija Niazi)였다. 니아지는 무크 사이트인 유다시티(Udacity)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물리학 강좌 100개를 수강한 뒤 최고점수로 물리학 코스를 마쳤다. 포럼에 참석한 그녀는 세계 유명인사들과 무크가 가져올 교육혁명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또한, 하버드와 MIT가 공동 설립한 에덱스의 ‘회로이론과 전자공학’ 코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인도 소년 아몰 바베(Amol Bhave)는 교수의 추천을 받아 열일곱 살의 나이에 MIT에 입학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무크를 수료하는 것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해지고 있는데, 페이스북과 통신업체 에이티앤티(AT&T)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무크 수료증을 받은 학생을 뽑기 시작한 것이 그 예다. 이런 현상들은 무크가 현재 급격한 성장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편 전통적 대학은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의 형태로 바뀔 것이다. 당장 4~5년 뒤에 필요한 직업 능력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일자리와 산업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 칼리지는 그때마다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갈 앱을 만들기 위해 기업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거대 자본을 들여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도 집 안에서 3D 프린터 한 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미래학자들은 향후 50년을 이끌 최고의 발명으로 3D 프린터를 꼽으며, 3D 프린터로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아이들이 새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이렇게 달라질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학교에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자질을 길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 직업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가는 시대인 만큼, 이제 경쟁 상대 역시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서 로봇과 기계로 바뀌고 있다. 이들과 겨루기 위해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 교수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자.
     
“기술이 잘 못 하는 분야를 교육해야 해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나 흥미로운 질문을 할 수 있게요. 기술은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죠.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교육은 반대로 가고 있어요. 창의적인 사람을 없애고 순종적인 사람들을 길러내고 있죠. 그런 사람은 갈 곳이 없을 거예요.”     
     

미래의 인재는 어떤 모습인가?

2011년 ‘꿈의 연구소’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은 새로운 소장으로 이토 조이치(伊藤穰一)를 임명했다. 언론은 꿈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흥분했다. 세계 최고 수재들이 모여 있는 연구소를 이끌어갈 사람이 그 흔한 학사 학위도, 한 편의 논문도, 직접 쓴 저서도 한 권 없는 대학 중퇴자였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박사이자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이준정은 ‘미래의 인재가 되려면 이토 소장을 연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이토는 어떤 인물일까?
     
그가 맡은 MIT 미디어랩은 월드와이드웹(WWW), 전자책, 로봇 기술 등 우리 삶을 바꾼 대표적인 IT 기술이 탄생한 곳이다. 이곳으로의 입성을 선망하는 전 세계 수재들 덕에 입학 경쟁률은 자그마치 250대 1에 달한다. 이 최첨단 연구소가 대학 졸업장도 없는 이토를 150여 명의 경쟁 학자들 대신 소장으로 발탁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다양한 사회경험과 특이한 이력에서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본 것이다.

이토 소장은 판에 박힌 공부가 지겹다는 이유로 대학을 그만뒀다고 말한다. 1984년 터프스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컴퓨터를 학교에서 배운다는 것 자체가 멍청한 발상이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1986년 시카고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역시 1년을 못 버텼다. 교수님에게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알고 싶다고 물었더니 ‘공식이나 외우라.’고 답하더라. 뒤돌아보지 않고 그만뒀다.
     
그 후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나이트클럽 DJ나 영화 제작, 스쿠버다이빙,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시작하지 못할 일들을 과감히 해나갔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초기 투자한 트위터, 플리커, 위키아 등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토 소장이 부임한 이후 MIT 미디어랩은 여러 면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술개발 내용을 내부에서 비공개로 발표하던 이전의 관행을 깨고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고, 규율은 존재하게 하되 연구원들이 그 규율을 깨기를 권한다. 미디어랩을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의 ‘평생 유치원’처럼 만든 이토 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그냥 놀게 놔둔다. 놀이에 집중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험할 시간을 많이 준다. 그러나 학교에 가는 순간 아이들은 구조화되고 상자 안에 갇힌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이 복종하기를 바란다. 대학에 가면 학위라는 사회적 틀에 맞추기 위한 공부가 진행된다. 학교에선 지식만 가르칠 뿐, 창의력을 가르치진 않는다. 평생에 걸쳐 알게 되는 것을 유치원에서 배운다.
     
세계경제포럼과 「타임(Time)」이 뽑은 미래 지도자에 단골로 선정되는 그는 2008년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가 꼽은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명 중 하나이기도 하다. MIT는 학위가 없는 그를 자랑스러워한다. 머리로 계산만 하고 머뭇거리는 다른 리더들과 달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와 전공이라는 틀에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가두지 않음은 물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사는 이토 소장. 그는 “권력에 도전하고 스스로 생각하라.”는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의 말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다고 한다.
     
부모인 당신은 지금 자녀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그 꿈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와 사회가 욕망하는 것인지 자문해보라.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해도 좋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인식한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이를 새로운 길로 떠나보낼 준비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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