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Nov 08. 2016

03. 우주와 심해에 빠진 시골 소년, 제임스 캐머런

<학력파괴자들>

꿈꿀 수 있다면, 당신은 할 수 있다.

     
영화 100년사에서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 1위 작품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아바타(Avatar)〉다. 그리고 2위는 〈타이타닉(Titanic)〉이다. 놀라운 것은 이 두 영화 모두 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두 편이나 나란히, 그것도 최고로 히트시킨 주인공은 바로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이다. 〈타이타닉〉으로 1997년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등 11개 부문을 휩쓴 그는 수상소감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
   
그가 이렇게 오만하게 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에 쏟아부은 평생의 노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편의 영화에 매달렸던 집념과 열정 말이다. 캐머런은 여러 면에서 스필버그와 다른 삶을 살았다. 스필버그의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영화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며 일찍이 자신의 길을 찾았던 반면 캐머런은 학교에서 무척 똑똑한 학생이었고 다방면에 걸쳐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시도해보았고, 그 재능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지점에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자 거침없이 질주하여 세기의 감독으로 부상했다. 
     
전기기사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캐머런은 예술과 과학 모두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공상과학소설과 만화에 심취해 우주에 관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 살았고, 바다에 관심이 많아 스쿠버다이버 전문자격증을 땄는가 하면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림도 꽤 잘 그려 ‘위대한 만화가’도 되고 싶어 했던 그는 책에서 본 것은 반드시 이미지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렸다. 〈타이타닉〉에서 남자 주인공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들도 그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주말이 되면 영화에 빠져들었다. 열다섯 살에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를 보고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영화 속 장면들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만드는 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실력을 갖췄기에 아버지로부터 16mm 카메라를 빌린 다음 잡동사니로 미니어처를 직접 만들어 특수효과까지 실험해보았다. 한마디로 캐머런은 스토리와 영상, 기술이라는 다양한 분야에 모두 재능을 지닌 ‘융합형 인재’였다.
     
이렇게 다방면에 걸친 호기심과 재능 때문에 그는 대학 진학 시에도 전공을 무엇 하나로 정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입학해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했지만, 학교에서는 우주에 대해 그가 궁금했던 점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물리학이 진정으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캐머런은 독서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중퇴 후 그는 낮에는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이런 이중생활은 드디어 1977년에 끝이 난다. 〈스타워즈〉를 보며 스토리와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가능성에 감동한 그는 자신 역시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곧바로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시나리오를 쓰고 35mm 카메라와 기타 영화 장비를 대여해 필름 끼우는 법부터 익혔으며, 미친 듯이 서점과 도서관을 뒤져 독학으로 특수효과를 터득했다. 
     
작품마다 특수효과를 직접 개발해내는 비결에 대해 그는 영화평론가 케네스 투란(Kenneth Tura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화를 ‘공부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영화를 만드는 것은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만드는 즐거운 일일 뿐이다.”
   
35mm 단편영화 〈제노제네시스(Xenogenesis)〉를 만든 그는 B급 영화사인 로저 코먼(Roger Corman)의 뉴월드 픽처스(New World Pictures)에 들어가 3년간 밑바닥부터 기초를 단단히 다진다. 이곳에서 영화기획부터 미술감독, 특수효과 촬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영화에 모든 것을 건 그는 가장 빨리 승진하며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마침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어비스(Abyss)〉, 〈에이리언 2(Aliens 2)〉,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터미네이터 2〉 같은 SF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 시작한다.

그는 연출만 할 뿐 아니라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특수효과도 직접 만들어냈다. 〈어비스〉에서는 영화사상 최초로 CG를 이용해 부드러운 표면의 액체생명체를, 〈터미네이터 2〉에서는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액체금속인간 T-1000을 창조해내며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타이타닉〉으로 〈쥬라기 공원〉의 역대 최고 흥행수익의 2배 이상인 9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위의 자리를 차지했고, 2009년 내놓은 3D 영화 〈아바타〉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록을 뒤집었다. 
    

여주인공 네이티리와 네이티리를 연기한 조 셀다나(Zoe Saldana)


 
〈아바타〉는 캐머런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심해 4,000m를 직접 탐험하고 12년이라는 시간을 3D 기술개발에 전념한 끝에 탄생시킨 작품이었다. 손에 잡힐 듯 다양하고 역동적인 화면을 전후좌우에서 느낄 수 있게 한 그의 3D 세계는 기존 관념을 완벽하게 뒤엎는 영화계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아바타〉 2편과 3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만일 그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 전공 공부를 계속하며 재능을 펼쳐볼 기회를 스스로 부여하지 않았다면 영상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그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캐머런은 ‘주위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세요. 당신이 아니어도 한계를 강요할 사람들은 많으니 스스로 속단하지 마세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그리고 모험을 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00. <주식 투자 에센스> 연재 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