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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8. 2016

01. 냉정하게 상대를 읽는 차가운 공감능력

<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우리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는 전적으로 진화의 결과이므로, 진화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유로워진 손을 가지게 되었고, 자유로워진 손은 뜻밖에도 더 많은 기능을 하게 되었다. 손이 도구의 사용과 함께 의사 표현의 도구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손은 여러 가지 손짓을 하면서 의사소통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 역시 두뇌의 발달과 함께 언어의 발달을 가져왔다.
     
무리 지어 사는 개체들일수록 서로 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울음소리로만 의사를 전달하기보다는 손짓을 곁들인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적들이 다가왔거나 먹이를 잡을 때 울음소리보다는 손짓에 의한 의사전달이 생존 성공률을 극적으로 높였을 것이다. 손짓에 의한 의사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거기에 맞춰 울음소리도 다양해져 급기야 언어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과정이 두뇌의 팽창을 가져오는 동시에 두뇌의 팽창 역시 언어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호작용을 했다. 
     
이제 다양한 의사 표현이 가능해졌다면 당연히 그 의사 표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은 이미 유인원일 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거울뉴런을 발견하면서 증명되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지아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거울뉴런을 원숭이 뇌에서 발견했다. 리촐라티 교수는 어떤 실험 도중 뜻하지 않게 이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특정 부위의 몇몇 신경세포(Neuron)들은 원숭이가 실험자의 먹는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마치 자신이 직접 그런 행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였다. 
    

 
자신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데도 내가 그것을 직접 할 때와 같은 반응을 하는 뉴런의 발견은, 이후 인간의 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뉴런의 존재가 우리가 모방이나 학습의 기능을 넘어 어떻게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고 공감하는지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거울뉴런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유인원들에게는 고차원적인 의사소통이나 공감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행동들, 즉 먹거나 공격하거나 도망가는 행동들에 대한 모방과 학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영역에서 이런 뉴런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인원들도 상대방을 속이는 행동을 하므로 다른 개체의 생각과 의도를 읽을 수는 있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곳 중 하나가 두정엽과 측두엽을 연결하는 부위(측두두정접합부, Temporal parietal junction)에 풍부한 거울뉴런들이다.

사람의 경우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유체이탈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인원에게는 마음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은 갖추지 못했다. 실제로 유인원은 만 4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극에서 거울뉴런이 전혀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의도를 읽는 영역도 먹는 것과 번식에 관계된 행동들에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강력한 무기가 될 만한 손발톱이나 이빨도 없었고 다른 동물보다 빠른 발도 없었다. 유일한 장점은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다룰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커진 두뇌, 특히 잘 발달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유인원과 같은 단순한 모방과 학습만으로는 생존하기에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었으므로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생존체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초기 인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의 손짓과 (원시적인) 언어에 대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강력한 의사소통 체계를 발달시켰다.
     
한 무리가 사냥을 가게 되었는데 우두머리가 손으로 신호하면서 ‘내가 먼저 움직여서 사냥감을 저쪽으로 몰 테니 너희들은 저쪽으로 돌아가 기다리다가 사냥감을 덮쳐라’는 손짓을 했다면, 그 각각의 손짓에 대해 모방과 학습을 넘어서 이미 의미가 파악된 채로 내면화되어 있어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이해의 과정에는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사냥을 하자는 뜻인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능은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앞부분인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최근 뇌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전전두엽 역시 세분되어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제이슨 미첼(Jason Mitchell) 교수에 따르면 전전두엽 중 복내측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 부위는 자신의 성향과 경험 등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 활발한 활동을 보인 반면, 등측전전두피질(Dorsal medial prefrontal cortex) 부위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때 활발한 작용을 보였다고 한다. 
     
앞에서 우리는 마음이론이 태어났을 때는 기능이 없다가 만 4세가량 되면 발달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 말은 그때가 되면 등측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조금씩 성숙한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전전두엽의 기능은 사춘기가 지날 무렵 완전히 갖추어지기 때문에, 만 4세 즈음에 나타나는 상대방의 의도를 읽는 능력은 단순하면서 세련되지 못하다. 어린아이들의 거짓말은 주로 뻔하고 단순하지만, 사춘기 이후의 거짓말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며 속기 쉽다는 특징을 생각해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은 공감능력과는 별도로 측두두정접합부와 등측전전두엽에서 담당하는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마음이론과 동감(Sympathy)이라는 기능은 차가운 공감과 매우 유사하므로, 이 기능들을 담당하는 부위라고 추측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이 부위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여 남을 속이고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공감한다는 것과 상대방의 의도를 읽는 것이 전혀 별개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공감능력에는 복내측전전두피질을 포함하는 일련의 회로가 필요하다. 여자아이의 경우 마음이론이 발달하기 훨씬 전에도 엄마가 다쳤거나 울 때 같이 슬퍼하면서 운다. 차가운 공감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이 없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때 바로 공감 회로, 즉 뜨거운 공감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전전두엽이 성숙함에 따라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이 선행된다면, 공감능력은 더욱 세련되고 강력해져서 사람들 간의 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공감능력은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뜨거운 공감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로의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공감은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다음 연재에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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