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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0. 2016

01. 사이보그, 그 발상에 주목하라.

<사이보그 시티즌>

사이보그라는 단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지만 그 발상은 그렇지 않다. 맨프레드 클라인스는 ‘우주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개조된 인간’이란 주제의 NASA 학술회의를 준비하면서 그 단어를 만들어냈다. 

     
세계적 수준의 피아니스트로 컴퓨터를 개발하는 비상한 재능까지 갖춘 클라인스는 인공두뇌학이라는 의미의 ‘사이버네틱(Cybernetic)’과 유기체라는 뜻의 ‘오거니즘(Organism)’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사이보그’란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이 단어는 저명한 정신의학자이자 향정신성 약물전문가인 네이선 클라인과 공동집필한 논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논문에서 클라인스는 클라인과 함께 인간은 장기이식과 약물을 통해 개조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정신 나간 소리는 아니지만, 클라인스도 오늘날에는 그런 변이가 가능하게 하려면 유전적인 개조가 필요하리라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센틱스(Sentics, 감정들의 생리학적 기반) 이론을 연구하고, 수많은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 클라인스는 사이보그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요사이 그는 인간이 최소한 네 차례의 다른 사이보그화 단계를 거칠 것이며, 유전적인 개조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그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이보그’라는 용어는 널리 유행했지만, 생물원격측정법(Biotelemetry), 인간 기능 증강, 인간-기계 시스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원격조종 로봇장치, 인공계를 창조하기 위해 자연계를 모방하는 생체공학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명칭을 선호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이보그는 공상과학소설 작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들은 이미 기술과 자연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통합되어 사회를 변모시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이보그라는 단어는 도구나 기계 같은 단어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일반적이고, 강력하지만 쓸모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중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이보그는 현대 문화를 통해 번성하고 있으며, 인간 존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치 개념 중 상당수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현대의 정치 공동체는 사회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고, 훌륭한 군대는 인간-기계 무기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 경제는 고도화된 컴퓨터에 의존하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지배된다. 사이버펑크(Cyberpunk) 작가들부터 하버드대학교 교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평론가가 최근 들어 주목하는 변화들은 모두 사이보그화된 국가의 징후이다. 
     
우선 단순하고, 늘 인위적이었던 냉전의 이분법이 붕괴했다. 또한, 국민국가들은 더 작은 공동체로 권한을 이양하고, 유럽 공동체 같은 권역 체계들이 부상하고 있다. 비정부 조직들도 번성하고 있으며, 웹부터 세계법정에 이르기까지 세계기구들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스티븐과 나는 사이보그 국가란 은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종류의 논증을 만드는 일에는 일종의 오만이 있다. 그런 논증들은 앞뒤가 잘 맞는 척하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우연일 뿐이다. 사이보그 국가를 포함한 모든 은유의 통치권은 착각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무분별한 확산과 잡종교배에 종속될 뿐이다. 그것은 유토피아적이고 실용적인(혹은 둘 중 하나의) 가능성을 묘사하는 것이자, 이런 가능성의 결과물인 만큼, 결코 규범적인 척을 해서는 안 된다.”
   
그 은유는 기술이 정치의 중심에 있음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제트기를 조종하며 미사일을 가동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로 조종사를 집어넣게 될 그 기술은 과속 트럭에 치여 불구가 된 우리의 친구들을 다시 걷게 해줄 것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착한 터미네이터와 악한 터미네이터 사이에 선택은 없다. 그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 조립된 이중적인 몸에 거주하는 방법(그리고 누가 그것을 조립하는가를 탐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우리가 그것들과 함께 지내게 될지, 혹은 그것들에 대해서 투표하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 말이다.”
   
우리는 은유가 현실 세계의 현상들, 즉 살과 철의 관계들을 묘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사이보그 국가’라고 불러야 할 필요는 없다. 사이보그의 힘, 지배적인 정보과학 혹은 다른 어떤 수많은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사이보그 국가(혹은 정치적인 사이보그의 몸)’란 용어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민주정치가 실행하고 숙고해온 오랜 전통과 연결한다.
     
사이보그화된 우리의 몸이 사이보그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정치권력의 원천에서부터 이해해야 한다. 존 로크(John Locke)와 18세기 혁명가들에 따르면(그리고 나도 동의한다), 그 원천은 바로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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