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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4. 2016

01. 난공불락의 성과 해자를 만들라.

<당신은 유일한 존재입니까>

전작인 《한 덩이 고기도 루이뷔통처럼 팔아라》를 대표하는 슬로건이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였다. 이 말은 처음부터 그 책의 슬로건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독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 책을 산 독자들이 서명을 부탁하며 요청했던 문구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마도 독자들은 ‘나’라는 존재가 부속처럼 아주 손쉽게 대체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만을 느꼈을 것이고, 더불어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문구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불가하고, 모방 불가하며, 측정 불가한 경지란 어떤 것일까? 그 경지는 하이엔드(High-End)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이엔드는 최고의 제품을 의미한다. 사실 모든 것은 처음 출현할 때 하이엔드에서 출발한다.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 등 지금은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소소한 물건들 모두가 처음 출현했을 때는 하이엔드였다. 심지어 과일 주스와 케이크도 처음에는 왕족이나 거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프랑스에서 혁명을 일으킨 군중이 “빵을 달라”고 하자,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국민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럼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풍문이 돌면서 혁명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케이크는 프랑스 서민들로서는 감히 가까이하기 힘든 사치스러운 음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살이 찐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거의 모든 제품은 처음에는 하이엔드였다가 미들엔드(Middle-End)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로엔드(Low-End)가 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자기네가 생산하는 제품이 항상 하이엔드의 위치를 갖게 하려고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행히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연구하면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공적인 전략을 가진 기업은 자신만의 독점적인 성에 진입함으로써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확보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며 안정을 누리면서 이를 교두보로 다음 성을 공략할 준비를 한다. 효과적인 비즈니스는 무언가에 쫓기듯 매일매일 불안한 ‘야전’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성을 확보하고 다시 다음 성을 확보하는 ‘공성전’이어야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공성전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독점’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성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동로마 비잔티움 시대의 콘스탄티노플 성은 413년에 만들어져 수백 년 동안 동로마를 지탱한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했다. 성은 폭 20m, 깊이 10m에 물이 가득 채워진 해자를 자랑했다. 이 해자를 겨우 건넌다 해도 7m 높이의 1차 성벽이 나타나고, 1차 성벽을 지나면 다시 11m 높이의 2차 성벽이 나타났다. 이중 성곽 구조로 만들어진 콘스탄티노플 성은 성벽 축조술의 결정판이었다.
     
이 콘스탄티노플 성은 1453년 오스만튀르크가 전쟁사 최초로 대포를 동원하기 전까지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렸다. 동로마는 콘스탄티노플 성의 단단한 방어력을 바탕으로 무려 500여 년 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오사카 성은 일본에서 가장 극적인 승패의 운명을 결정지은 곳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가 오사카 성에 주둔하자, 히데요시의 후계 자리를 노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고민에 빠졌다. 오사카 성 역시 30m의 폭을 자랑하는 해자를 갖추고 있었다. 도쿠가와는 해자가 있는 한 오사카 성을 함락시키기 힘들다고 보고 계략을 짰다. 화친을 원한다면 먼저 해자를 메우라는 도쿠가와의 은근한 요구에 넘어간 히데요리가 해자를 메우자 도쿠가와 군은 물밀 듯이 오사카 성을 쓸어버리고 히데요리를 사로잡았다.
     
성이 갖는 중요성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진의 누르하치는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했지만, 결국 만리장성에 가로막혀 중원에 진출할 수가 없었다. 중국 본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을 통과해야 했는데, 무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결국, 누르하치는 명나라 장군 오삼계가 투항하여 산해관의 성문을 열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만리장성을 통과할 수 있었다.

   
성은 수비와 방어의 수단으로 쓰일 때는 안주나 안락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난공불락의 성을 보유하느냐의 여부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성이 있어야 백성이 모이고 힘을 기르며 전략을 짜서 다음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 전략에서의 성을 비즈니스에서는 나만의 독점 고객과 독점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떠돌이 무사처럼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즈니스 전략은 나만의 독점 공간, 즉 비즈니스의 성을 어떻게 구축하고 연결하느냐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성의 외곽에 구축한 해자는 성의 가치와 방어력을 드높여준다. 과거 난공불락의 성들이 갖추었던 해자는 오늘날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유용하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은 기업투자에 있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가 있을 것’을 투자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버핏이 언급한 경제적 해자란 진입장벽(독점, 과점), 브랜드, 특허, 규모의 경제 등을 뜻한다. 이처럼 독점의 비즈니스적 가치는 이미 금융계에서는 투자의 원칙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과거의 영토 정복과 수성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옮겨와 독점적 공간이라는 가치로서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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