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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4. 2016

02. 종말 후, 기후는 어떨까?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지식>

크고 작은 도시가 조금씩 붕괴하는 현상만이 생존자들에게 느껴지는 유일한 변화 과정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로, 즉 처음에는 석탄, 다음에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로, 인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땅속에 축적된 화학 에너지를 파내기 위해서 열심히 땅을 파헤쳤다. 쉽게 불이 붙는 탄소 덩어리인 이런 화석 연료들은 오래된 숲과 해양생물이 썩은 잔존물이다. 다시 말하면, 오래전에 지구를 밝게 비춘 햇살을 포획한 결과에서 파생된 화학 에너지이다. 
     
따라서 이 탄소는 원래 대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우리가 지하에 매장된 탄소를 워낙에 빨리 태워버린 까닭에 수억 년 동안 축적된 고정탄소(Fixed carbon)가 약 100년이란 시간 만에 공장의 높은 굴뚝과 자동차 배기관을 통해 대기로 되돌아간 것이 문제이다. 행성계가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재흡수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18세기 초에 비하면 오늘날 공기에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약 40%나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이처럼 상승한 결과로, 태양열의 상당량이 온실효과 때문에 지구의 대기권에 사로잡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 또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세계 전역에서 기후 패턴이 무너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가 더욱 잦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극심해지며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 문명이 붕괴하면 공업과 집약 농업 및 운송에서 비롯되는 배기가스가 하룻밤 사이에 중단될 것이고, 소수의 생존자가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즉각 사실상 제로 상태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내일 당장 배기가스가 중단되더라도, 우리 문명은 이미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토해놓았으므로 지구는 그 후로도 수 세기 동안 대응해야 할 것이다. 
     
대기의 균형 상태에 급작스레 강한 타격이 있었고 지구가 그에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유도기(Lag phase)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종말적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기존의 상황에서 이미 시작된 현상의 여파로 그 후로 수세기에 걸쳐 해수면이 수 미터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메탄으로 가득한 영구동토대가 해동되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빙하까지 녹으면서 지구 온난화에 의한 영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종말 후에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더라도 수만 년 동안 상당히 상승한 수치에서 머물며 산업화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문명에서나 다음 문명에서 상승한 지구 온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현재의 생활방식은 우리 후손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암울한 유산을 남기게 될 것이다. 
     
세대마다 기후 패턴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한때 비옥했던 농경지가 가뭄으로 황폐해지고, 저지대는 홍수로 침수되며, 열대성 질병이 한층 널리 퍼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생존자들은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도 힘겹게 싸워야 할 것이다. 국지성 기후 변화는 결국 문명의 급작스러운 붕괴로 이어졌다는 게 인류의 역사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지속하면, 그러잖아도 취약한 종말 후의 사회가 다시 일어서기는 더욱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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