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를 읽는 아침>
죽은 사람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좋아하는 음악, 벽에 걸고픈 멋진 그림, 절로 읊을 정도로 외운 시, 몇 번이나 반복해 읽은 책, 또 이 집, 매일 수십 번씩 쳐다보는 시계, 눈에 익은 풍경인 다리와 탑, 내 신념에 영향을 준 철학과 사상, 온갖 이야기들……. 이 모든 게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됐지만 어느 것 하나 지난 세기에 죽은 이의 것이 아닌 게 없다.
나는 죽은 이들과 가장 친밀히 오늘을 살고, 그들은 내 삶을 만들며, 그들에게 에워싸여 배우고 길러지면서, 칭찬받고 용기를 얻는다.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여기에 생생히 살아 있다. 현재의 세계를 나와 함께 만들고 있다.
서간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