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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4. 2016

09. 2월 11일 오전 3시 54분

<112일간의 엄마>

차이케모의 의사 선생님은 심장음이 안정적이라서 아직은 괜찮다고 봤던 모양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나오의 눈물을 본 나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가 가까이 왔음을 직감했다.


10일 밤에는 나오의 침대 옆에 침대를 하나 더 붙이고 나오, 아들, 나, 이렇게 셋이 나란히 누웠다. 나는 밤새 깨어 있을 작정이었는데 어느새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양가 부모님이 살짝 들여다보니 셋이 내 천川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고.

“왠지 안심이 되더라.”

나중에 우리 부모님과 장모님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여느 때처럼 행복해 보이는 광경이라서 ‘아, 다행이다’ 싶었지.”

갑자기 나오가 날 부른 것 같았다. 눈이 번쩍 뜨인 나는 시계를 보았다. 짧은 바늘이 숫자 3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 3시였다. 나오가 뭔가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오…….”

나는 나오에게 말을 걸었다. 으 — 으 — . 눈앞에, 침대에 누운 나오의 얼굴이 있었다. 평온해 보였다. 나오의 얼굴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미안해, 나오. 미안해.”

다시 이 말을 되풀이했다. 사과만 하는구나, 나는. 하지만 지켜주고 싶었어.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어.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어……. 미안해, 나오.

나는 나오의 손을 꼭 잡은 채 계속 사과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낮은 목소리가 멎고 호흡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깊은 호흡이었다.

이번에는 네 차례야. 엄마에게 인사하렴. 엄마는 널 사랑해. 널 낳고 행복해 마지않았어.

나는 자고 있는 아들을 나오의 품에 안겼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나는 나오가 아들에게 뭔가 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엄마와 아들, 둘만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이삼 분 후였지 싶다. 내가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별실에서 심전도를 지켜보고 있던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위급합니다.”

나는 곧바로 다른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양가 부모님을 깨웠다.

“나오가 애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주세요.”

10분에서 15분쯤 말을 걸었을까. 나에게는 이미 더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 이렇게 되리란 걸 마음속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나오에게 말을 걸어보렴”이라고 하셨지만, 진짜로 더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보다 나는 역시 나오답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주변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10일에는 의사가 놀랄 정도로 안정된 심장음을 들려주며 모여 있던 형제자매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으니.

‘이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끝까지 “나보다 주변 사람이 힘들지”라고 했던 나오다웠다. 폐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

힘들지 않게, 두렵지 않게, 고통스럽지 않게.

나는 그것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오에게 마지막까지 ‘희망’을 쥐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오였다. 괴로움도, 두려움도, 고통도, 실은 나오가 전부 짊어지고 있었다. 나오는 끝까지 내게 웃는 얼굴만 보였으니까.

나오는 내가 두려워하는 걸 원치 않았고, 내가 아파하는 게 싫었고, 내가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걸 바라지 않았던 거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오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나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고마워, 나오.

나오와 나 사이에 할 이야기는 다 마쳤다고 보았다. 나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온 사람처럼 냉정해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호흡이 멎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완전히 숨이 사라진 후에 생각했다.

아아, 결국, 나오가 전부 짊어져주었어, 라고.

2015년 2월 11일 오전 3시 54분. 나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나오 곁에 다시 한 번, 아들을 누였다.

아빠 대신 기대렴. 엄마 냄새를 한껏 들이마셔두렴. 엄마의 온기를 느껴두렴. 아빠는 이미 충분히 기댔단다. 차고 넘칠 만큼. 자, 마지막 이별을 해두렴. 엄마를 네 몸에 또렷이 새겨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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