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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6. 2016

06. 졸업 5년 뒤, 당신은 루저가 된다.

<학력파괴자들>

실리콘밸리에는 갖가지 기행과 튀는 행동으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 불리는 IT 거물 이 한 명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부도덕성을 밝혀내겠다며 사설탐정을 고용해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영화 〈아이언 맨 2〉에 깜짝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바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이다. 

     
열아홉 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생후 9개월에 먼 친척에게 입양된 엘리슨은 시카고 대학 1학기를 다니다 중퇴하고 IT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다음으로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엘리슨이 세계 2위 억만장자에 올랐던 2000년 당시, 그가 예일 대학교 졸업식에서 도발적인 축사를 하다가 연단에서 끌려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난한 이 축사에 사람들은 공감과 함께 통쾌함을 느끼며 환호를 보냈다. 
     
이후 이 축사는 「포천(Fortune)」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등에 위트 넘치는 글을 기고하는 작가 앤드루 말랫(Andrew Marlatt)이 풍자사이트 ‘SatireWire.com’에 올린 가상의 기사였음이 밝혀졌다. 비록 허구지만 메시지에 담긴 의미 때문에 지금도 각종 사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다. ‘잡스의 스탠퍼드 축사보다 더 좋다.’, ‘세기의 연설이다.’, ‘속이 시원하다.’는 평을 듣는 이 축사를 한번 감상해보자. 대학과 졸업장이 과연 우리 아이의 인생에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친애하는 예일 대학교의 졸업생 여러분! 
죄송하지만 잠깐만 제가 시키는 대로 해주세요. 
지금 여러분의 오른쪽에 있는 동기생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동기생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앞으로 5년, 10년, 30년이 지난 후, 여러분의 왼쪽에 있는 사람은 실패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오른쪽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중간에 있는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시는 겁니까? 당신도 실패자, 실패자의 표상이 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졸업식장에 있는 수천 명에게서 밝은 미래를 보지 못합니다. 
제게는 미래의 지도자가 아닌, 그저 수천 명의 실패자만 보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아마 지금 화가 나 있을 겁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학을 중퇴한 이 래리 엘리슨이 감히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의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내뱉으니까요. 
     
이제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지구 상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나, 래리 엘리슨은 대학 중퇴자이지만, 여러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지구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는 대학 중퇴자이지만, 여러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부자인 폴 앨런(Paul Allen,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은 대학 중퇴자이지만, 여러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홉 번째로 부자인 젊은 마이클 델(델 컴퓨터 창업자)도 역시 대학 중퇴자이지만, 여러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흠……. 아까보다 더 기분이 나빠지셨죠? 저도 충분히 압니다. 그럼 잠시 여러분의 자존심을 어루만져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다 해서 여러분의 졸업장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지난 4~5년간 일하는 습관, 사회적 인맥, 인내력 등 여러 유용한 것들을 얻었습니다. 이것들은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겁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대학 중퇴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의 대열에는 아예 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 어쩌면 10위나 11위는 오를 수도 있겠네요.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가 대학 중퇴자를 위해서 일했다는 점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시겠죠? 하긴, 그도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중퇴자이긴 합니다. 대학원을 도중에 관뒀으니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속으로 이런 질문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내겐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걸까?’
사실, 없습니다. 너무 늦었죠. 
여러분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흡수했고, 스스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더는 열아홉 살이 아니고, 머리 위엔 이미 꽉 짜인 사각모가 올라가 있으며, 머릿속에는 이미 시멘트가 발라져 있습니다. 
     
흠……. 갈수록 기분이 안 좋아지죠? 물론 이해가 갑니다. 
그럼 이번엔 좀 더 희망적인 말씀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졸업생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졸업생 여러분은 이미 끝났습니다. 여러분들은 성공한 연봉 20만 달러짜리 직장인으로 만족하십시오. 물론 그 월급은 여러분의 동기인 대학 중퇴자들이 나눠 주는 것이겠지만 말이죠. 
     
대신 저는 여기 참석한 학부생들에게 희망적인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한 말이니 반드시 실천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짐과 아이디어를 챙겨서 여기를 떠나십시오. 
그리고 돌아오지 마십시오. 
자퇴하십시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십시오. 
지금 이 경비원들이 저를 단상에서 끌어 내리는 것처럼, 
여러분이 쓰고 있는 사각모와 가운이 여러분을 평생 끌어내릴……. 
     
(이때 래리 엘리슨은 강연 대에서 끌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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