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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6. 2016

06. 의심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비선형 물리학의 매력은 전혀 규칙 없이 마구잡이로 보이는 현상에 숨어 있는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진의 규모, 파편의 크기, 산불, 해안선의 길이, 주가의 등락 등 수많은 현상에 멱함수 법칙(Power Law)이 숨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마치 자동차가 그냥 굴러가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동력계를 제외한 껍데기와 군더더기를 모두 빼고 엔진과 기어, 그리고 구동축만을 보여 주었을 때 작동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주식에 투자해서 시세차익을 얻고 싶다면 부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작은 움직임보다는 큰 전체적인 움직임을 신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누군가가 의심된다면 그가 보여 주는 빼어난 예의와 현란한 손동작, 말솜씨와 같은 군더더기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술사는 관객들이 속이는 동작을 보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장치와 쇼를 마련한다.
     
뭔가 의심스럽다는 직감이 들 때는 그들의 현란한 군더더기와 겉모습에 믿음을 주지 말고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궁금하면 물어보라. 개인적인 직업, 가족관계, 앞으로의 계획 등 사생활에 관계된 것이라도 물어보고 확인하라. 앞뒤가 맞지 않거나 설명을 잘 못 하거나 화제를 자꾸 딴 데로 돌리고 싶어 한다면 더욱 의심해야 한다.


앞뒤가 완벽하게 들어맞더라도 거짓말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라. 수없이 반복된 거짓말은 자신도 진실로 믿게 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더 확인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심지어 전화 한 통으로도 상대방의 거짓말을 단번에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이라고 하면 경찰서에 전화해 보면 되고 어느 대기업에 다닌다고 말하면 거기 전화해서 그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에서 상대방이 세 번 거짓말한다면 차라리 관계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한두 번의 거짓말이나 약속 파기는 실수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 있지만, 세 번째는 앞으로도 거짓말이 지속해서 반복될 것이라는 암시라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왜 그렇게 의심이 많으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누구를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건 양심이 아니라 너저분한 초자아적 압박에 불과하다. 그러면 반문한다. 처음 보거나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을 철석같이 믿을 이유가 있냐고. 당신에게 공감능력이 살아 있다면 이미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들이 충분히 많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잘 모르는 사람을 덥석 믿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합리적인 의심은 얼마든지 하여도 좋다. 그 사람을 믿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의심은 필수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편견과 선입관으로 인해 추정이 아니라 갑자기 100%나 0%라고 확신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악마는 지옥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늘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바란다. 그리고 겉모습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다는 것도 잊지 말자.
     
사실 누군가의 돈을 빼먹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려는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유형의 거래를 성사시켜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신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다면 사람들은 무서운 본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당신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호의를 보여 주는데 내가 주저하면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절대 그럴 필요 없다.
     
이럴 때는 사이코패스의 장점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특징을 활용하라.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유념하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 안 그러면 원하지도 않는 보험계약서나 물건을 사 들고 와서 찜찜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만나는 사람 중에 정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분명 더 많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접근하는 사람도 그에 비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과대학 시절 학교 앞 지하도에 항상 구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온몸이 뒤틀린 채 구걸을 하고 있는데 불쌍한 마음이 들어 친구들과 오가며 잔돈이 있으면 던져 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늦게 지하도를 지나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뇌성마비 구걸 인이 주위를 살피더니 몸을 쫙 펴더니만 짐을 재빨리 챙긴 후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더니만, 처음 들은 이야기가 이런 말이었다. “네가 뭘 잘못 봤겠지.”
   
그렇다고 그가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나의 동정심마저도 이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다음부터 동전을 던져 주지 않았냐고? 물론 빈도는 줄었지만 한 번씩 씩 웃으면서 계속 적선해 주었다. 예상하건대 그의 수입은 웬만한 봉급자보다 많을 수 있다. 동정 역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반응이므로 사회적 약자와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동정심은 거두어들여야 한다.
     
“부탁인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불쌍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이렇게 말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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