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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6. 2016

03. 미래의 분쟁_핵, 화학, 생물학, 정보, 나노

<사이보그 시티즌>

미래 분쟁의 세 가지 양상, 즉 대량살상 무기, 정보전의 고안 그리고 나노기술의 도래는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나노기술은 인간과 기계의 통합을 완벽하게 시도하는 것으로, 전쟁에 대한 전혀 새로운 기술적 접근을 만들어낼 것이다.

     
1989년, 이라크군은 겨자가스와 신경가스를 가지고 할라브자라는 쿠르드족 마을을 공격했다. 이 마을이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지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5천 명이 즉사했다. 이 학살 현장의 사진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부모의 품에 안겨 죽어 있던 아기들의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텔레비전 뉴스쇼 〈60분 (60 Minutes)〉은 그 사건의 의료분석 결과를 입수해 처음 공개했는데, 당시의 독극물로 인해 지금까지도 계속 돌연변이가 태어나고, 발암물질들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있으며, 인근 지역들도 이 오염 때문에 불모지로 남아 있다는 소견이었다.
     
할라브자는 지나간 역사인 동시에 우리의 걱정스러운 미래이기도 하다. 이 미래가 훨씬 더 심한 공포를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포스트모던 전쟁의 중심에는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대량살상 무기들이 실제 존재하며, 계속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 
     
화생방 무기들은 모두 엄청난 살상력을 보여주지만, 이들 중 역사적으로 제대로 효과를 보여준 유일한 병기는 핵이었으며, 핵무기는 제조하기가 매우 어렵다. 구소련 제국 치하의 어느 지방에서 어느 누군가가 엄청난 돈으로 핵무기 재료들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조립해 핵무기라는 ‘기계장치’로 만들기는 여전히 쉽지가 않다.
     
이런 이유로 오직 국가들만이 효과적인 핵무기 제조 자원이 있는 것이다. 그런 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혹은 비국가 조직의 테러리스트가 핵무기를 사거나 훔치기 전까지,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큰 형태의 핵무기는 폭발력이 크지 않은 이른바 더러운 폭탄(Dirty bomb, 고폭발탄이나 비료 폭탄 같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일종의 유사 핵무기 — 옮긴 이)이다. 이 폭탄의 간악한 효과는 재래식 폭탄을 원자력 발전소에 투하하는 것으로 쉽게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결국에는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중동에서 ‘제한적인’ 핵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사태는 테러리스트가 텔아비브를 먼저 공격하고 이스라엘군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의 대응에 나서면서 트리폴리, 테헤란, 바그다드, 다마스쿠스 그리고 어쩌면 카이로를 향해서까지 출격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할라브자가 화학무기의 끔찍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과학과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무기는 아직도 기후와 우연적 요소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운수 좋은 날이라면, 핵무기와 화학무기의 위험은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생물학무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복제와 여타 경이로운 일들을 해낸 유전공학의 생물학 혁명은 다른 대량살상 무기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위험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유전공학이 거두고 있는 성과를 실감하지 못한다. 관련자들조차 이 분야의 발전속도에 경악하곤 한다. 신문의 머리기사들은, 해파리의 유전자를 생쥐에게 주입해 어둠 속에서 빛이 나게 하고, 생쥐의 등에서 인간의 귀가 자라나게 하고, 동물들에 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한 후 천연 의학 물질을 생산하도록 발육시키는 등 눈부신 성과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기괴한 성과들의 배후에는 유전자를 얇게 썰고, 자르고, 이어붙이는 유전자 합성기계의 개발 같은 유전공학 기술의 멈춤 없는 진보와 이와 관련된 유전학과 여타 생물학적 발전에 대한 우리의 높아진 이해가 있다. 더 효과적이고 특수한 생물학무기의 개발은 하루하루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당장 오늘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장비를 제대로 갖춘 유능한 대학원생이 이런 악몽 같은 물건을 만들어낼 것이다.
     
군사 담론에서 정보전이란, 전쟁을 사이버 공간 안으로 가지고 와 한편으로는 무혈의 분쟁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히 문화적인 무언가로 변모시켜 전쟁을 면하게 하려는 시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것은 파멸의 운명을 지닌 위험천만한 노력이다. 그 어떤 충돌도 컴퓨터 해킹 공격을 가하는 정도로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보전의 이런 실상은 진짜 전쟁의 또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레이더 시스템이나 통신망을 망가뜨리려는 시도는 모두 실제 전투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고 몸을 못 쓰게 만든다.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쟁이 아니다. 중국의 전략가 손자(孫子) 이래로 늘 인식되어왔듯이, 정보도 그런 전쟁의 목적에 이바지할 수 있으나, 그것이 체화라는 섬뜩한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형체 없는 정보전’이라는 환상이 정책 결정자들을 속여 끔찍한 판단 착오를 하게 만들고, 그저 시뮬레이션으로만 탐닉하고 있던 진짜 전쟁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이에 못지않은 정보전의 또 다른 위험성은 정보의 모든 조작이 전쟁의 합법적인 측면이라고 주장하는 데 있다. 이때 과장된 선전과 역정보는 그 한계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자국의 미디어를 포함해 문화의 모든 것을 전장으로 끌어들이고, 모든 갈등을 전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모던 전쟁의 궁극적 논리, 즉 모든 것의 군사화를 뜻한다. 
    

 
나노기술은 미소규모(Microscale)에 대한 공학이다. 이 기술은 너무 작아서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들을 만든다. 그중에는 더 작은 기계들을 만드는 기계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깜짝 놀랄 새 분야는 아마도 전쟁의 규모 또한 바꿔놓을 것이다. 군사적인 나노기술이 전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전자식 전장이 그렇듯 화생방 전쟁도 모두 나노기술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몇 가지 대단히 획기적인 발전의 첨단에 서 있다.
     
가장 흥미로운 나노기술 무기는 이미 개발 중인 사이보그 벌레 전사들이다. 일본인들은 ‘로보로치’라는 로봇 바퀴벌레를 만든 적이 있는데, 이것은 나노기술 무기들의 할아버지뻘쯤 된다. 이런 무기들이 단지 사람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전도성(傳導性) 거미줄을 치는 거미는 컴퓨터에 버그를 일으키는 일을 잘해낼 것이다. 나노기술 무기들 대부분은 기계를 겨냥한다. 생물학무기란 결국 인간을 죽이는 가장 이상적인 나노무기인 셈이고, 사람들은 한참 전부터 그런 무기를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다수의 사이보그 기술들처럼, 나노기술 역시 대개는 군사적 욕망과 패러다임들이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이 미래에 어떤 종류의 사이보그와 사이보그 병사들이 존재할 것인지를 정해줄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과 이런 유형의 전쟁이 제기하는 정치 군사적 위험들은 사이보그 시민권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전쟁은 사업상의 경쟁, 정치와 전쟁 그리고 범죄 간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나노전쟁과 정보전은 혼란을 더욱 가중할 것이다. 나노전쟁에 관한 나의 주장들 가운데 꽤 많은 사안은 분명 범죄와의 전쟁에도 적용된다. 회사들과 자국의 정부기관들은 손쉽게 나노 감시(Nanosurveillance) 기술과 나노 사보타주를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노기술에는 분명 좋은 측면도 있는데, 더 길고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이보그 의료의 돌파구들은 상당수가 나노기술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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