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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6. 2016

02. 부모와 학부모 사이

<대한민국 엄마 구하기>

부모 역할의 ‘표준적인 규범’이 사라진 상황, 특히 엄마들에게만 자녀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대부분 떠넘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엄마들이 혼란과 불안, 걱정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우리가 기억하는 몇 가지 ‘표준적인 규범’과 지금 부모들의 생각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대기만성이라는 희망적인 말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학교 수업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다 자기 밥그릇을 타고난다는 말은 사라지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달라져도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표준적인 규범’이 사라진 상황에서 엄마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한때 회자했던 공익 광고에도 부모들의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SBS 특집 다큐멘터리 <부모 vs 학부모> 2편 ‘기적의 카페’에 참여한 엄마들에게 숙제를 냈습니다. 진정한 부모의 마음으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인 학부모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학원 하나라도 더 보냈고, 뭐든 남들보다 일찍 시키려고 아이를 닦달했던 나. 그런 내 노력에 아이가 못 따라오면 싸우기도 하고 얼러도 보고 울기도 했었지. 그로 인해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니? _ 서울 서초 

믿고 기다려도 됐을 텐데 노심초사 불안해하며 너의 울타리에 아이를 가두려고 했잖아. 아이도 힘들고 너도 매우 힘들고 지쳤을 거야. 기다려주면 알아서 했을 일들도 네가 미리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거라 여겼지.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를 정해놓고 아이에게 그 길로 가기만을 지시한 건 아닐까? 경로를 이탈하면 비난과 체벌로, 때론 무시로 난 도대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준 걸까? _ 경기 고양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중심을 잡고 혼란에서 벗어난 엄마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시행착오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세상살이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 역할에서의 시행착오는 최대한 줄여야만 합니다. 시행착오의 후유증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 쉽게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많은 엄마가 제게 고백한 상처는, 그리고 제가 확인한 아이들의 상처는 관계를 악화시켜 서로 다시 만날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했습니다.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엄마는 나만 미워해, 세상에서 제일 나빠요.”라며 노래를 불러요. 저의 표정을 보면서요. _ 광주 

나름 중심을 잡고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소장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늘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엄마로서 잘했다는 느낌은 거의 안 드네요. 아이한테 미안하고 후회만 됩니다. _ 서울 관악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엄마와 아이의 진심이 통하면 큰 어려움 없이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엄마들이 혼란스런 상황에 휩쓸려 아이와 심리적으로 영원히 이별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먼저 건넌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그 강을 건너면 아이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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