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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6. 2016

04. 저가항공사가 돈을 버는 비밀

<당신은 유일한 존재입니까>

항공사 가운데 저가 전략의 원조는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다. 창업주인 허브 캘러허는 카페에서 냅킨에 끼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항공 사업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렸고, 고유가 등 각종 조건이 악화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칠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비행을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서비스 중심의 고가격 시장이었던 항공 분야에 ‘저가 시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기존 항공사로서는 흉내 내기 힘든 파격적인 경영을 선보이자 각종 보고서가 잇따랐다. 
     
단일 기종만을 고집하는 것을 두고 ‘비용절감 경영’이라 하는가 하면, 장난기 가득한 캘러허의 유쾌한 시도들에 대해서는 ‘펀(Fun) 경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또 전통적인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주요 공항을 연결하고 그 공항에서 다시 항공 노선이 빗살처럼 뻗어 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난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도시와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 전략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핵심 전략은 독점에서 찾아야 한다.
     
전문직에 종사하며 항공 수단을 자주 이용했던 허브 캘러허는 수많은 이용객이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객기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여객 시스템을 세우기 위해 허브 캘러허는 기존의 모든 고정관념을 버렸다. ‘돌아가지 않고 바로 목적지로 연결하되 가격은 낮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기꺼이 ‘이류’ 전략을 택했다. 출장 중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완전히 다이어트한 서비스이지만 항공기의 핵심적인 서비스인 정시출발과 안전, 청결 등을 확실히 장악하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진정한 성공비결은 탁월한 경영만이 아니라 이류 항공 시장을 개척하고 이 시장의 고객을 독차지하고자 한 독점 전략에 있었다. 스스로 이류가 되기로 함으로써 ① 이·착륙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② 복잡한 활주로에서 다른 항공기의 이륙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으며, ③ 고객은 공항 혼잡을 피할 수 있었고, ④ 여건이 가장 안정적인(우천, 폭설, 태풍 등의 기후 영향을 덜 받는) 공항을 선택하여 정시출발 비율을 높였다. 고객은 안락함과 지리적 근접성 등을 포기해야 했지만, 잦은 이동에 최적화된 솔루션, 즉 가격과 출발 신뢰도를 얻은 것이다.
     
비용을 절감함에 중요한 것은 하나를 제외하되 다른 하나를 더하는 것이다. 낮은 원가에 따른 저가격을 추구하는 수많은 기업은 낮은 원가를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부분을 희생시키면서 이 등가의 법칙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한번 보자. 패스트푸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기에 고객이 직접 서빙을 한다. 노동력을 내줌으로써 가격을 얻는 것이다. 
     
항공 여행객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그들은 더욱 싼 가격을 지급하고 이동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항공 여행이 사치재일 때 항공사의 마케팅은 고급화 전략에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항공 여행은 더는 사치재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해 새로운 항공 강자로 거듭났다.
    

 
미국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고공비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럽에서도 같은 전략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 확신하고 때를 기다리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클 오리어리. 그는 유럽의 항공 규제만 없어진다면 유럽에서도 저가 항공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드디어 유럽 항공 규제가 풀렸고 오리어리의 구상은 현실이 되었다. 서유럽 전문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이렇게 태어났다.
     
라이언에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대놓고 베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사우스웨스트 항공보다 가격을 더욱 떨어뜨렸다. 사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가격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떨어뜨린 것이었기에 그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라이언에어는 비행기의 서비스를 낱낱이 분석했고, 이를 추가 요금의 형태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의 항공사들은 모든 서비스를 묶어 가격에 포함했다. 
     
라이언에어는 고객들이 정시운항과 신속한 수속 등의 본질적인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매기지만 기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본질적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를 분리했다. 그리고 항공기를 이용한 이동이라는 가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유료화했다. 
     
라이언에어는 고객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물 한 병은 3.5달러에 판매하고 가방을 부치려면 9.95달러를 내야 한다. 담요와 베개도 2.5달러를 내고 이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라이언에어는 비행기 좌석을 광고판으로 활용한다. 안전과 가격이라는 본질적인 서비스를 충분히 만족하게 한 뒤 다른 모든 서비스는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수익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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