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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7. 2016

06. 나는 왜 반복해서 질문하는가?

<한계는 내 머릿속에만 있다>

단순히 일하는 데서 그치는 대부분 사람과 달리, 나는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해하려 애썼다. 사실 모든 사람은 매일 어떤 행동을 하고 무언가 경험을 쌓아간다. 그건 취업을 위한 면접일 수도, 어떤 업무일 수도, 회사에서 하는 미팅일 수도 있다. 보통은 행동하는 데 그칠 뿐,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다음 단계로 새롭게 이어나가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모처럼 얻은 경험을 밑천으로 살리려 하지 않는다.

     
오늘 미팅은 어땠나 깊이 자문하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당시 나는 비참한 인생에 더는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삶을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역경을 거부했다. 그때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절대 현재 상태에 멈춰 있지 않겠다는 마음만으로 행동에 나섰다. 비록 높은 산을 넘고 가시밭길을 건너게 되더라도 지금 있는 곳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것도 절대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밑천 삼아 성장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때 내 사고방식에 대대적인 개혁이 일어났다. 지금까지의 의기소침이 의욕 만만으로 바뀌었다. 어떤 일이라도, 아니 취업 면접에서라도,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자기 발전의 기회로 여기고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취직 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면접을 볼 때마다 나는 성장했다. 일을 얻을 수 있을지보다 그 면접에서 자기 발전을 위해 배운 게 무엇인지를 더 생각했다.
   

  
면접에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면접자가 대개 질문하는 건 업무 내용, 급여체계, 보너스, 퇴직금, 휴일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내 질문은 좀 달랐다.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사업하고 있는가?”
“어떤 부서와 업무가 있는지 알려달라.”
“내가 맡을 일이 다른 일과 어떤 식으로 연계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르쳐달라.”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떤 직무든 모두 최종적으로 ‘생산’과 ‘판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질의·응답으로 끝내지 않고 취직 시험을 비즈니스 그 자체를 배우는 자리로 활용했다. 나는 어떻게든 비즈니스라는 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 업계에서 혹은 회사에서 내가 할 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면접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는 적당한 곳에 앉아 반드시 자문자답 노트를 작성했다.
“나는 이 면접에서 무엇을 배웠나?”
그 회사, 그 일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했는지, 부품이나 서비스의 관련성을 찾았는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서서히 꽤 깊은 자문자답이 가능해졌다. 그 덕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까다로운 질문을 계속 던졌다.
“이 면접을 통해 나에 대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이 있는가?”
이건 자신의 존재의의를 묻는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내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충분히 답변하면 면접관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질문에 그들이 마지막까지 답해줬는지 아니면 부분적인 설명에 그쳤는지, 시간을 들여 미소로 얘기해줬는지 아니면 다소 달갑잖은 표정으로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는지 차이가 있었다.
     
면접을 본 뒤 어떤 태도가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또 어떤 태도나 질문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는지 깊이 분석했다. 그 분석과 반성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감이 됐고 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유념하게 됐다.
     
영향력이란 시간과 가치의 상대평가다. 상대가 할애해준 시간에 내가 건넨 가치가 크면 클수록 상대는 영향을 받는다. 그 가치가 낮다면 상대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꼴이 될 뿐이다. 여기서 ‘가치’란 상대가 요구하고 인정하는 가치로,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내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면접이 거듭되면서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자연히 배울 수 있었다. 면접 하나하나가 내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의 장이다. 내가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다면 면접 시간도 길어지고, 나도 배우는 점이 많다. 
     
면접관도 누구보다 나의 채용을 먼저 검토한다. 반대로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면접은 순식간에 끝나고 결과도 좋지 않다. 결국, 상대에게 최고의 가치를 줘야 한다. 내가 의미 있는 질문을 할수록, 그저 일자리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을 성공시키려는 투지를 보일수록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더 많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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