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탐방기>
요즘 금리가 많이 내려서 은행 이자만으로는 여유 자금을 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1% 중반이니 예전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단순히 금리의 수준이 높은가 낮은가를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리와 물가를 함께 보시면 더 많은 것들을 보실 수 있게 됩니다.
허무맹랑한 예지만, 옆집에 사는 한 괴짜 박사가 타임머신을 만들었다며 어디든 데려다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0%인 시기로 데려다주세요’라고 외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로 은행의 예금 금리가 10%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낮은 금리가 지긋지긋했기에 이제는 저축할 맛이 나겠구나 싶어 만세를 불렀고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만일 물가 상승률이 15%라면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1년간 이자로 얻은 수익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위의 예에서는 예금하는 순간 마이너스 5%만큼 손해를 보게 되니(예금 금리 10% - 물가상승률 15%) 박사님께 다시 현재로 데려다 달라고 하고 싶겠죠.
이처럼 물가 상승기에는 고정 급여를 받는 회사원과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여 고정된 이자 수익으로 사는 분들은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이때는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실물 상품에 투자해야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지요. 반대로 돈을 빌린 사람은 빌릴 때보다 화폐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부채의 실질이 감소한 셈이 되어 이득을 봅니다.
그래서 부채가 많은 국가는 일부러 인플레를 일으켜서 국가의 실질 부채를 감소시키려고도 합니다. 이러한 부채 감소 효과는 채권을 산 투자자나 고정 급여를 받는 대부분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 관계가 깨져 다양한 형태로 부작용이 속출합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 국민 간의 상호 견제와 깨어 있는 의식이 필요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금리뿐 아니라, 물가를 고려한 실제 금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실질 금리입니다.
“실질 금리 = 명목 금리 - 물가 상승률”
명목 금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금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빼면 우리가 은행에 예금한 돈의 가치가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의 예에서는 명목 금리 10%, 물가 상승률이 15%이기에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5%가 됩니다.
즉 단순히 금리가 높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물가 상승률도 함께 따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 금리를 봐야 하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실질 이자율은 어떨까요? 2015년 기준 정기예금 평균은 1.7%였는데 물가 상승률이 0.7%이기에 실질 금리는 1%였습니다. 실질 금리가 1%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2011년에는 실질 금리가 오히려 -0.3%로(명목 금리 3.7%-물가 상승률 4% = -0.3%) 명목 금리만 보면 지금이 낮지만, 실질 이자율로 보면 지금이 더 높습니다. 즉 지금 예금하면 눈에 보이는 명목 금리가 낮기는 하지만 적어도 실질적인 구매력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