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2017>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최첨단 기술이 눈앞에 와 있지만 우리는 변화의 크기가 어떠하든 인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기술과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남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70년대에 테이블 종이 게임으로 시작되어 최근까지도 큰 인기를 누린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이라는 게임이 있다. 당시에 사람들은 본인이 탐사한 곳을 모눈종이에 그려가며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야 했다. 이후에 그것이 컴퓨터 게임화되던 초창기에도 패키지 안에 모눈종이가 들어 있어서 게임은 컴퓨터로 하지만 지도는 모눈종이에 그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컴퓨터가 대신 지도를 그려주면 좋겠다는 발칙한 상상이 나타난 후, 모눈종이도, 지도를 그리는 시간도 사라졌다.
‘던전앤드래곤’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사람들은 스 스로 지도를 그려가며 게임을 해야 했다. 그 일을 컴퓨터가 대신해주게 되자, 사람들은 다른 영역을 수동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이처럼 큰 변화를 앞둔 우리가 자신만의 전문영역을 찾아내려면 이제까지 인류가 신경 쓰지 못했던 새로운 욕구들을 상상해 야 한다.
그 대신 사람들은 무기 관리, 아이템 관리와 같은 새로운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게이머들을 바쁘게 한 주요 원인인 지도 그리기가 자동화되자 수동으로라도 관리하고 싶은 영역이 새로이 창출된 것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모든 자동화 기술에 대한 우리의 대처도 이와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컴퓨터와 그 속의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계산’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면, 이제는 인간을 ‘학습’의 영역에서 한층 자유롭게 만들 예정이다.
‘학습’은 그동안 인류가 인생 대부분을 할애해온 활동이자 희망 소득을 달성할 수 있게 했던 중요한 영역이었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모른다. 계산이든 학습이든 창의성이든, 무엇이 고유한 인류의 영역이라고 규정할 과학적 근거는 사실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술 발전에 관해 추상적으로 걱정하거나 섣부른 위안을 하기보다는, 유연한 태도로 당장 현실에서 상생할 수 있고 주변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대응법일 것이다.
IBM 왓슨을 가르쳤던 건 35년 차 경력의 ‘사람’ 의사였다. 이처럼 기계 학습 훈련 전문가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이 예상되는 직업 분야이다. 기존에 데이터가 많지 않던 영역에서 새로운 빅데이터가 형성되면 될수록 그것을 기계에 잘 학습시킬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지능형 로봇산업이 연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미시적으로는 초기의 큰 투자금액, 인력 재배치, 제조설비 재설계 및 처분 비용, 오류 사고의 부담 등 숨은 비용과 문제가 많을 것이다. 이런 전환기에 필요한 인재가 반드시 고도의 기술자만은 아니다. 최고의 기술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러 가지이듯이, 다가올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러므로 큰 변화를 앞두고 새롭게 필요성이 대두할 만한 나만의 전문영역을 찾아내려면 이제까지 인류가 신경 써보지 못했던 새로운 욕구들을 먼저 상상해 파고들어야 한다. 그 결과로 개척되는 지점이 바로 블루오션이고 틈새시장이다.
대한민국이 AI 시장 크기, 보유 특허, R&D 투자성과, 인재 육성 등 어떤 지표로 봐도 강대국 대비 탐탁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 생긴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작은 나라라서 자주 발생하는 역사적 숙명이다. 만년 다윗으로 시작해야 하는 여건을 가진 나라일지는 모르나 몸집을 넘어서는 큰 꿈과 긍정적 마인드, 용기를 가지는 것은 누구에게 든 자유이다. 세계적 변화가 두려워 방어적이 되려는 나와 주변의 심리마저 넘어설 수 있는 지혜와 전략만이 작고 평범한 개인을 다가올 세계적 대 변혁에서도 승리하도록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