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엄마 구하기>
사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글’인 것 같습니다. 맹수가 득실거리 고 늪과 숲이 깊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곳, 살아남아도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곳이 바로 사교육 정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글인 줄 뻔히 알면서 그곳으로 향하는 엄마들의 행렬이 멈춰지지 않은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한 초등학생 엄마와 아이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새벽 서너 시까지 재우지 않고 공부를 시켰으며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자주 내뱉었습니다. 아이에게 정규 수업과 방과 후 학습 외에도 학습지 교육과 피아노・수영・태권도 학원 수강을 추가로 시켰습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아빠가 이혼 소송을 제기합니다.
“아내는 거듭된 만류에도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딸을 새벽 늦게까지 공부시키고 이를 제지하면 큰소리치거나 욕했다.”, “계속해서 무시를 당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 더는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재판상 이혼을 시켜달라.”, “아내의 과도한 교육 강요로 딸이 지쳐 있으므로, 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해달라.”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딸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고, 그 의무를 다하고 있으므로 교육관 차이를 이유로 이혼할 수 없다.”
엄마는 끝까지 아이가 겪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결국 아빠의 뜻을 받아들여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실 사교육으로 인한 가정의 불화, 특히 엄마와 아빠 사이의 의견 충돌은 매우 심각한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엄마가 말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아이가 불쌍해요.” 그렇게 다른 아이의 경우로 사교육 문제를 바라보면 많은 엄마가 비판적인 자세를 가집니다. 하지만 자기 아이의 문제가 되면 태도가 갈라져 대부분 사교육 늪에 깊이 빠지고 맙니다.
과연 이 엄마는 왜 그랬을까요? _<뉴스>, 2016년 2월 19일.
제 주변에는 비교적 솔직하게 엄마로서 본인의 사교육 경험담을 고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리한 사교육으로 인해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다음에야 하는 얘기이기 는 합니다. 여담이지만, 그런 엄마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TV 아홉 시 뉴스에 일주일만 이러한 사교육 폐해 사연들이 그대로 방송되면 엄마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남들처럼 무리하게 사교육 시키지 말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애들 보면서 괜히 불안해지더라고요. 하나둘 늘리기 시작한 사교육이 거의 애 잡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어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죠. 왜 안 그렇겠어요? 하지만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제 아이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_ 서울 도봉
처음부터 아이가 힘들어하고 거부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교육을 시키는 엄마는 없습니다. 모든 엄마가 가볍게 시작했다가 심각한 수준까지 가게 되죠. 가볍게 시작하기 때문에 자신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무리 사교육의 심각성을 경고해도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교육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는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남편과 결혼 전에 약속까지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크면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려니까 너무 힘이 드는 거예요. 괜히 불안하기도 하고 제 고집부리다가 아이 망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그러다가 아이가 원하는 학원을 하나만 보내자고 했는데 너무 제 마음이 편해지는 거예요. 주변 엄마들한테 잘난 체한다는 소리 안 들어도 되고 일단 제 마음이 편해지니 좋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_ 서울 마포
사교육 지향 문화는 엄마 개인의 교육 철학이나 가치관을 압도할 만큼 강력합니다. 어려움이 있어도 소신껏 살다 보면 자부심이라는 심리적 보상이라도 주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부심은커녕 엄마 역할 잘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고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엄마의 소신을 꺾고 사교육을 시키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교육은 엄마들의 신경안정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래서 진통제처럼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