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랫동안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사이코패스나 사기꾼들이 좋아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말 그대로 사기 치기 쉬운 세상, 즉 상대방을 속이기 쉽고 규칙이나 규율이 잘 적용되지 않아 처벌도 잘되지 않는 세상일 것이다. 누군가를 속이기 쉽다는 것은 그 사회나 개인이 탐욕과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탐욕과 공포는 어떨 때 극대화될까?
바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이 큰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구성원은 탐욕과 공포로 점철되어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할수록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해 온다. 결국, 어떻게 해서든 많은 돈을 확보하거나 돈이 많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애쓰게 된다. 이런 탐욕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사람을 보더라도 다양한 측면을 못 보게 한다. 누가 더 큰 이익을 준다고 속삭이면 거기에 쉽게 유혹당하고, 돈이 많은 것처럼 속이더라도 겉모습을 믿어 버린다. 또한, 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거짓으로 협박하더라도 쉽게 공포에 질려 버린다.
설령 공감능력이 잘 유지되어 있더라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이 큰 사회라면 자의든 타의든 공감능력을 저하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위협을 받게 될 때 누구라도 양심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 될 수 있으면 많은 돈을 확보해야 하므로 더 쉽게 양심을 팽개치고 사기를 치는 사람이나 누군가는 이용하려고 작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사회가 조금씩 사이코패스화 되는 것이다.
규칙이나 규율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은 부정부패와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이런 사회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쉽게 용서를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만 피해를 본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 사회가 이런 상태와 거리가 멀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결코,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절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사기 피해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공감 제로들이 설치기 좋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므로 앞으로 양극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물론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근거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이미 도래했을 수도 있다.) 자신을 지키는 힘이 중요해졌다. 그중에서도 나를 이용하거나 갈취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 중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니체의 말처럼 괴물과 싸우다가 스스로 괴물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호소하는 것은, 그들과 자주 인터뷰를 하고 만나다 보면 스스로 공감능력이 줄어드는 것 같아 괴롭다는 것이다. 나 자신도 이런 것들을 자주 경험한다. 입원한 환자 중에는 공감 제로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공감능력을 접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야 그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실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나 스스로가 괴물이 되지 않을까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 자신을 회복하고 감정을 다시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믿음을 회복하고 서로 공감하며 행복을 느낀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공감 제로들을 경계하고 피한다는 것은, 피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내가 가진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여러분들이 항상 바라봐야 할 곳은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지 공감 제로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