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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1. 2016

08.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냈다고?

<당신은 유일한 존재입니까>

IT 기업 비아이씨엔에스의 박주성 대표는 인건비의 상승을 도무지 따라갈 수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더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제품 수준으로는 말이죠. 같은 수준의 제품을 계속 납품하다 보니 10년 전과 납품 단가가 같아요. 아니, 어떤 제품은 10% 더 떨어졌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에 인건비는 30%가 올랐어요. 유지가 힘들 정도예요.” 
   
그가 부딪힌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3명이 일해서 15명이 먹고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13명이 일해도 남은 2명을 못 먹여 살립니다. 그러면 15명이 모두 일해야 한다는 소린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지원해야 하는 인력도 필요하고.” 그는 답도 가지고 있다. “답은 명품화밖에 없어요. 제품의 수준과 대접이 달라지지 않으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가 없습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명품화란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여 차별화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위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실은 IT 유통혁명을 주도하는 거인 아마존도 피해가지 못했다. 
     
아마존은 2014년 10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의 절대 강자가 굳이 오프라인에 진출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물류 시스템과 저가 판매 프로세스를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간 적자를 내다가 흑자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온라인 쇼핑 부문 때문이 아니라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가 선전한 덕분이다.
    

 
아마존은 저가에 따른 저수익과 적자로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아마존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프라임 나우(Prime Now)를 개시했다. 프라임 나우는 미국의 경우 이틀이면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특급 배송 서비스다.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어 일반 배송으로는 수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틀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프라임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연간 99달러를 내면 무제한으로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외 시장에도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는데, 실제로 일본에서 지하철을 타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대한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를 통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구축한 뒤에 새로운 차별화 무기로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시애틀의 쇼핑몰 유니버시티 몰에는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이 있다.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의 특징은 ‘온·오프가 철저하게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한국 서점의 경우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서점의 연계가 미흡하지만,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은 아마존이라는 서점의 카테고리 안에서 하나의 퍼즐처럼 움직인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이 옆으로 꽂혀 있는 것이 아니라 표지 전면이 고객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열된 책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것들이다.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고객 비평과 평가가 POP 형태로 적혀 있어 책의 질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또 책에는 정가 표시를 하지 않는다. (아마존 온라인 몰은 정가와 할인가를 같이 명시해 자신들이 제품을 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었다) 한국의 대형 서점들이 온·오프 가격을 차등 책정하는 것과는 달리 아마존의 온·오프 도서 가격은 같으므로 어디서 살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격 정보 사이트 루트는 정가와 할인가를 함께 표시하던 전통을 가진 아마존이 정가 표시를 없애고 있는 제품이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아마존이 20여 년 전 창립할 당시에 꿈꾸었던 자신만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마존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노동 착취를 고발당할 만큼 공격적인 노동문화를 갖고 있었다. 한 직원은 무려 96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일했다고 밝혀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치열하고도 험난한 여정을 거친 아마존이 배송의 품질 향상과 고객지향적인 온·오프 서점 모델을 제안하는 것은 ‘착한 가격’의 영역이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라는 품질 영역에서 자신의 공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다.
     
박리다매 전략을 펴면서, 경쟁사 이베이의 수익률이 20%인 데 반해 1~2%의 수익률밖에 올리지 못하면서도 아마존이 진격에 진격을 거듭했던 이유는 자신들만의 성으로 가야 한다는 절대적 사명 때문이었다. 이제 상처투성이였던 21년간의 진격 끝에 마침내 아마존의 미래가 배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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