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아름다운 것이다

폰세의 18K 경기와 골프

by 황변

2025년 5월 16일 한화이글스와 SSG랜더스 사이의 경기에서 한화이글스의 용병 투수 코디 폰세는 8이닝 동안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기존의 정규 이닝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나는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하지만 기아타이거즈의 팬이기 때문에 한화의 경기는 하이라이트로만 보았는데, 하이라이트를 보았음에도 그 경기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수없이 많은 야구경기들 중 가장 울림이 있었던 경기여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디 폰세는 17번째의 탈삼진을 잡아낸 후에 눈물을 보였다. 코디 폰세가 종전 류현진이 가지고 있는 최다탈삼진기록(17K)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투구하였는지, 그 기록과 타이기록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눈물이 북받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눈물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코디 폰세는 누구나 인정하는 '열혈 용병'이다. 그는 모든 공에 혼을 실어서 던지는 것처럼 보이고,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것처럼 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 온 그런 모습이, 17K를 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모습을 멋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의 선전이 그리 달가울리만은 없는 타이거즈의 팬인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정도로.


그는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 경기를 본 야구팬들이 모두 나처럼 폰세에게 공감했을런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내가 사회인 야구를 13년째 해 오면서, 투수의 고독함과 외로움, 책임감, 타자를 잡아냈을 때의 쾌감을 일반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폰세라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2021년 6월 처음 필드에 나가고 4년이 지나지 않은 2025년 5월 14일, 나는 종전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78타, +6)를 한 타 줄여 77타로 갱신했다. 78타를 처음 기록한 것은 찾아보니 2023년 9월.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갱신해서 기쁜 마음도 기쁜 마음이지만, 1타를 줄이는 데 1년 반이나 되는 시간이 걸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한 6개월쯤 전인것 같은데. 나는 1년 반 동안이나 아무런 생각과 고민 없이 골프를 쳐 왔던 것이다.


골프는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기' 정말 어려운 운동이다. 5시간 동안 계속되는 플레이 동안 필연적으로 몇 번의 실수가 나오는데, 땅 위에 가만히 놓여 있는 공을 이렇게나 말도 안되게 못 칠 수 있다는 것에 화가 나기 때문에 자신의 심적 평온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에이 이정도면 됐지' 라고 포기하기 마련이다. 아마추어가 골프에 매번 '진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그는 부처나 바보 중 하나이다.


77타를 치던 그 날, 나는 정말 오랜만에 골프에서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기분을 느꼈다. 개업한지 2년이 되어가는 6년차 변호사이고, 매 사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만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는 항상 나를 괴롭힌다. 유일한 취미인 골프에서도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정으로 최선을 다한 2025년 5월 14일, 나는 약한 흥분 상태에서 5시간을 보냈다. 매 순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바로 그 다음 골프 라운드인 오늘, 90타를 쳤다. 매일 진정으로 최선을 다할 순 없다. 난 골프 프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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