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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부칠 때는 다시 글 앞으로

by 황변

요새 삶이 쉽지 않다, 고 느낀다.

나는 삶이 쉽지 않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내 인생은 항상 술술 잘 풀렸었다.

항상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다.

혹은 삶이 쉽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기억이 쉽게 없어진 것일지도.

그게 가장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지나 간다는 것이니.


외관적으로는 아무렇지 않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다. 6주차다. 어제는 심장소리를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지만 나는 병원에 가지 못했)다.


변호사로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든 내색을 겉으로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옛 친구들은 1년에 한번 만나기도 어렵다.


인생이 고달플 때면 다시 차분하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럴 때면,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내 브런치를 내 지인들 중 누가 읽는지는 알 수 없다.

브런치는 계정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브런치 구독을 누르기 위한 동기는 내 글을 받아보기 위함일 텐데 내 글에 그렇게까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는 지인이 있다면 정말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개나 소나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쓰레드가 아니라, 내 글을 팔로우하는 지인 몇 명(10명이 안 될 것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걸 수 있다)과 다른 것이 아니라 내 글을 보고 나를 구독하는 분들에게만 보이는 글.

바로 이 매체라면 나의 내밀한 이야기도 마음껏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내 사진과 글을 보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인스타 스토리는 천박하다.

누가 읽었네, 누가 하트를 눌렀네.

글과 브런치는 다르다.

누가 내 글을 읽었는지 알 바 아니다.

내 글에 감명을 받아서 전화가 오거나 톡을 보내 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날 하루는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이 곳에도 당연히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삶이 고달플 때면 이따금 찾아와, 마음 속 찌꺼기들을 내려놓는 공간을 만들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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