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은 생각하지 마!

<Don't Look Up> 후기

#넷플릭스 #돈룩업

'알고 있거나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인정하기에 너무 불편해 외면하는 것' 에 대한 영화.

당면한 문제, 그 중에서도 거대하고 참혹한 문제일수록 이를 얼굴에 대고 흔들어 대는 짓은 아주 불쾌하다. 예견된 파멸을 피하고 싶은 욕구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특히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꼭지가 많았다. 초강력 추천!

영화는 이 문제의식을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이라는 공상과학 소재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다큐멘터리로는 절대로 빛을 볼 수 없었을 무거운 내용을 코믹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혜성은 액자식으로 <돈룩업>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디카프리오의 매력에서 헤어나와 한 발 물러서 보면, <돈룩업>이라는 영상물은 그 자체로 믿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 알고 나면 차라리 세계의 종말을 바라게 될 수도 있는 것들, 어딘가에서 떨어지고 있는 수많은 혜성들을 상징한다. 그러나 우리는 버튼 하나로 화면을 끄고 이내 잊어버리기 때문에, 세계가 붕괴되지 않을 거라는 안락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