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돈에 대해서는 선뜻 쓰기가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골프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수저 자랑하는 어린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골프 이야기를 하는 데 돈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 목이 빠져라 <골린이회고록>를 기다리는 골린이(진) 독자들을 위해서 다시 펜을 잡았다.
골프를 시작하는 데 돈이 아주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골프 말고도 안 그런게 있는가? 나는 지하의 체육관에서 고문당하는 데에 회당 5만원 (초특가가 4만원이란다. 하!)을 지불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켜 오고 있다. 로스쿨 시절 동기한테 배우다 다음날 다리가 아예 풀려 법학관에서 정문까지의 내리막길을 갓 태어난 새끼송아지마냥 몇번이고 주저앉으며 갔던 악몽 같은 기억을 빼고는. 요컨대 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골프는 제대로 즐기려면 돈이 거의 무한대로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인 거지 입문 단계에서는 다른 취미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적게 들 수도 있다. 당장 레슨을 받기 위해 필요한 건 장갑이랑 신발 정도고, 이것도 사실 필요 없다. 레슨비도 편차가 있지만 보통 초심자용 교습의 경우 '지하감옥'보다 훨씬 싸다.
제대로 즐기고 싶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골프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지나치게 어려운 (때때로 아니 자주 X같은) 운동이기 때문에 제대로 즐겨 보려는 엄두를 내기도 전에 그만둘 확률이 매우 높다. 레슨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엄청난 재능의 보유자일 확률이 높고, 그때부터는 돈은 2차적인 문제가 된다. 실제로 나도 19년 여름 3개월 실내에서 레슨을 받다 재미없어 때려치운 다음 끌려가다시피 필드를 나가보고 본격 재미를 붙였다.
나중에 골프를 어차피 배우게 될 것 같거나, 지금 호기심이 생긴 또래 친구들이라면, 최소한 돈을 이유로 입문 자체를 미루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