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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골린이회고록 1번째홀

by 황변

⛳ 글타래의 제목을 뭐라고 할까 하다가, 일단 이렇게 붙여 봤다. 골프예찬 으로 할까 하다가, 너무 겸손하지 못한 것 같아서. 골린이가 먼저 발을 담가보고, 골프라는 세계의 물온도는 어떤지 알려드리는 글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럼 애독 바랍니다.


대부분의 취미에는 끝이 있다. 어떤 운동에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1년, 2년 내공이 쌓이면서도 배가 나와서, 빨리 달리면 무릎이 아파서, 귀찮아서 등등 갖가지 이유로 이걸 평생 할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가 지나며 몸이 쓰레기집하장에 수렴해 갈수록 커지는 이 생각은 마치 끝이 정해진 연애처럼 상대에게 몰입하지 못하게 하고 끝내는 관계를 망가뜨린다.

그나마 빠른 발과 우락부락한 근육을 덜 필요로 하는 관대하신 야구님을 만나 10년째 사랑하고 있지만, 이 녀석을 과연 10년 후에도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은 문득문득 해 왔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힌다. 그렇지만 사랑한다구..!


이 유한성은 신체적 능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10년을 즐겨온 취미인 게임 역시, 평생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쉬이 하기 어렵다. 매년 물밀듯이 새로이 진입하는 사이버 유사인간 '잼민이'들은 너무 날래고 잽싼데다 사회적으로 전혀 교화된 바 없어 게임 한판만 같이 해도 인간애가 한뭉큼씩 빠져나간다. 고백하건대 스트레스를 견디면서까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지는 나이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사회적 직급이 높아지고 나이를 먹어가매, 내 주변에는 게임의 존재와 그 의의에 대해 부단한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그득 차게 될 것인데, 그네들 앞에서 내 취미는 게임이요..! 라고 예방가능한 선전포고를 할 수 있는 백범 김구 선생님 같은 기개가 나에게는 없다.


골프.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고르자면 골프가 떠오른다. 평생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골프라는 녀석에 뒤돌아보지않고 사랑과 자투리시간과 돈을 쏟아부을 이유는 자못 선명해지지 않나! 별 하나에 김미현, 별 하나에 박인비, 콜린 모리카와 등등을 꺼내오지 않더라도 신체적인 능력은 골프 앞에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누구나 갖고 있는 육체의 크고작은 하자가 -골프를 완벽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기에- 골프를 그만두지 않을 수 있는 훌륭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유일한 변수는 사회적인 것 중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퇴근시간이 임박했다. 다음 홀로 이동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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