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참 어려운 거다.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서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해 버린 골프. 어떻게 하다 이렇게까지 된 것인가, 하면 물론 재밌어서, 이다. 재밌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파고들다 보니 또 재밌는 부분을 알아가게 되고 하다 보니 빠져들게 되었다. 그럼 골프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재밌었을까?
골프가 재밌는 이유에 관해서만도 수십 가지 글을 쓸 수 있다. 그 중에서 하나만 골라 본다면, '어려워서' 이다. 골프는 어렵다. 정말 어렵다. 골프가 어려운 이유에 관해서만도 열 꼭지는 쓸 수 있다. 땅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는 공을 막대기로 치는게 얼마나 어렵겠느냐. 그게 운동인가. 싶은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되질 않는다. 탁구공보다 약간 큰 공이 눈에서 가장 먼 발끝에 있으므로, 그걸 아주 정교하게 쳐내야 하는 골프라는 스포츠는 모든 구기종목중에 이론상 가장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것은 알겠는데 왜 재밌느냐고? 맞다. 어려운 것이 재밌지는 않다. 이산수학이나 채권자취소권 법리가 마냥 재밌지는 않다. 그러나 매일매일 꾸준히 노력하다 숨이 찬다 싶어 뒤를 돌아 보았을 때 내가 이만큼이나 왔구나, 하는 생각은 인간이 건전한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희열이다. 골프는 이 희열을 느끼기에 아주 제격인 스포츠다.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골프는 어찌 보면 가장 접근성이 좋은 스포츠다. 시간만 있다면 매일 연습할 수 있다. 자신의 실력 수준과 상관없이 항상 연습할 수 있다.
골프와 굉장히 비슷한 테니스나 당구 같은 것을 예로 들면, 연습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 연습 상대는 나와 실력이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게 된다. 동호회에 들 수도 있지만 동호회에 들어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피곤하다. 반면 인도어 골프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은 거의 당구장만큼 많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 곳에서 내가 연습하고 싶은 시간만큼 깔끔하게 연습을 하면 된다. 열심히 연습을 하며 나날이 정체되는 자신의 골프실력을 느끼며 재미를 느끼면 된다. 레슨은 받는 게 좋지만 또 안 받는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신이 즐거우면 된다.
왠만한 운동이나 취미는 이렇게 매일매일 음.. 한 1년 정도 하면 더 이상 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스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조예가 깊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자신이 타고난 신체의 가동범위나 근력 내의 범위 안에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 도전의식도 잘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 1년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도 전혀 아무런 진전이 없을수도 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는 것 에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건데, 내가 왜 그거 열심히 해야 하지? 내 스윙의 문제점은 뭐고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생각하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재밌는 골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