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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기 연습

by 황변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정립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하나는 성실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덜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골프와 인생의 '덜어내기' 에 관하여 영감이 떠올랐다.


주변 변호사들을 보면 참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아니,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분명히 아주 똑똑하고 인성적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인데도, '야 저 사람은 정말 행복하게 산다' 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새 부쩍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 때마다 나처럼 동네방네 나 행복합네 라고 광고하고 다니질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래도 아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내 머릿속에는 왜 나만 행복한거지? 내가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 이 생각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글에 풀어내 보도록 하고, 다시 골프 이야기로 가 본다.

'힘 빼는 데 3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에는 명언도 많다. 힘 빼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말은, 그만큼 힘을 빼고 치는 것이 어렵고, 또 중요하다 라는 말이 된다. 이제 2년 정도 쳐 보니, 나도 슬슬 힘을 빼고 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내 스윙을 찍어 놓은 영상을 보면, 그렇게 나름대로 힘을 다 빼고 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힘이 들어가 있다고? 하고 아연할 때가 많다. 어쩌다 한 번씩 '아, 정말 힘을 빼고 잘 쳤다!' 라고 생각되는 스윙을 할 때면 기가 막히게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런데 힘을 뺄수록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곱씹어 보면 정말 오묘하고 어렵다. 대개 사람은 어떤 것을 잘 하고 싶어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몸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공을 잘 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힘을 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힘을 빼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골프 스윙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용하는 셀 수 없이 많은 관절과 근육들은 머릿속에서 닦아내 버리고, 그저 연습해 왔던 대로 몸을 움직인다-라고만 사고를 단순화시킨다. 그럴 때 비로소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골프를 잘 치고 싶어서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제는, 이 길이 맞다고 확신은 못해도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겠구나 라는 믿음 정도는 가지고 골프 구도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있겠지만) 그 길의 이정표는 결국에는 힘 빼기, 덜어내기였다. 세게, 멀리 치려고 덤비는 순간 소 눈깔보다 작은 공은 내 마음의 동요를 알아채고 OB, 해저드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걸 알고 나서는 골프가 내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하는 것 아닐까.


순간순간 행복하다는 감정은 느끼기 쉽지만, 행복한 정신상태를 잔잔하게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듯 하다.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면, '이렇게 마냥 행복해도 되나? 내가 너무 편하게 사는 것 아닌가? 뭐라도 해야 되지 않나?' 라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쳐들기 때문인 것 같다.


어깨와 목에 힘을 빼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행복감에 익숙해지고 만끽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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