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사는 법(1) - 착수금

똑똑하게 변호사와 계약하기

by 황변

흥행에 성공한 '천원짜리 변호사'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천원짜리가 된거냐, '변호사를 산다' 라는 표현을 너무 적나라하게 쓰는 것 아니냐 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변호사님의 글을 본 적 있다. 그렇담 변호사는 어떻게 사는 것일까?


변호사와 의뢰인의 계약은 보통 착수금성공보수로 이루어져 있다. 당장 금전적 여력이 없어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지만 승소확률이 높은 사건이라고 생각된다면 착수금을 소액으로 잡고 성공보수를 많이 잡는 등, 당사자들끼리 협상할 여지가 있다. 오늘은 착수금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본다.




착수금이라 함은 말 그대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받는 돈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계약은 위임계약이다.

위임이란 민법 제680조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의 종류이다.

민법 제680조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착수금은 아주 소중한 돈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착수금은 곧바로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갈 때랑 올 때랑 다른 우리나라 정서에서, "이것만 해결되면 변호사님 여생은 걱정없게 해줄게"라는 말만 믿고 인생을 바꿔 줄 성공보수를 기대하면 "아니 돈이 아직 들어오질 않아서.. 좀만 기다려봐요"라는 말로 뒤통수를 빡! 얻어맞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바닥 잔뼈 굵은 변호사들에겐 특히 그렇다.


보통의 민사소송의 착수금은 500만원을 기준으로 하여 간단한 것은 조금 더 낮게, 복잡하고 법리가 어렵거나 소가가 높은 것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품이 더 많이 가거나,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은 착수금을 더 많이 부를 수도 있다. 상담하는 고객이 '진상'일 것 같다는 생각 역시 즉석에서 착수금을 올리는 기제가 되기도 하니 변호사에게 자신의 억울함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에서 털어놓도록 하자.


착수금의 구체적인 산정기준은 다음 '변호사보수규정' 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겠다. 이는 국가와 계약하는

변호사에게 적용되는 것이라 꼭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착수금 수준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가 2,000만원 이하의 사건이 민사소송화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 보통의 민사소송의 착수금은 500만원(부가가치세는 보통 별도로 한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00원어치 깻잎도 흥정이 제맛이기는 하지만, 변호사의 착수금은 왠만하면 깎으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변호사라서 그러는 것은 맞다 변호사도 사람인지라, 돈 받은 만큼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자신의 한정된 시간과 노력을 배치하는 데 있어서, 많은 사건들 중 착수금을 얼마나 받았고 착수금을 줄 때 얼마나 선뜻 주었는지를 떠올리고 고마운 사람의 사건에 먼저 손이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이왕 변호사를 믿고 중요한 사건을 맡기려 마음을 먹었다면, '네고'는 조금 접어 두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싼 착수금을 제시하는 변호사는 주의해야 한다. 싼 게 비지떡 이라는 속담이 변호사업계만큼 잘 들어맞는 곳은 없다. 변호사의 업무 특히 소송은 제 아무리 간단한 사건이라도 꽤나 많은 품이 든다. 증거를 정리하고 서면을 작성하고 재판에 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호사의 노력이 담긴 1심 판결을 받아보려면 상담으로부터 아무리 짧게 잡아도 6개월, 평균 1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사건이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변호사의 민사소송 착수금은 일정 금액 이하가 될 수 없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신이 직접 수행할 사건이라면 아무리 간단한 사건이라도 300만원보다 낮은 착수금을 제시할 변호사는 없다고 이야기해도 과히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직접 수행하지 않고 직원 변호사가 대신 수행하여 주는 경우에는 얼마를 받든 일단 착수금을 받는 것이 일단 금전적 이득을 보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착수금으로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그 직원 변호사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소송은 최소한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자신의 담당 소송들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고, 실수가 잦아지거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티지 못해 담당 변호사가 자주 바뀌게 된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의뢰인에게 돌아간다.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저렴한 착수금에 혹해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불만족스러운 1심 판결을 받아 보고 항소심을 맡아 줄 다른 변호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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