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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Dec 03. 2022

역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 16강 진출에 부쳐

역시, 2022년의 최대 키워드는 "중꺾마" 였다. 


우주의 기운이 역배로 모이는 것일까, 2022년은 언더독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컵에서는 정말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DRX가 역대 최고, 현존 최고의 팀 T1을 3대2로 극적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주역인 베테랑 DEFT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인터뷰를 하여서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사실 DEFT가 직접적으로 한 말은 아니라고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DEFT는 데뷔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노장 중의 노장인데, 월드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그 동안 흘린 눈물들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담담한 결기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역시,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우리가 승리하고 +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어 주어야 하는데 골득실 차이까지 정해져 있었다. 16강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선취골을 먹히자마자 일부로 마음을 접었다. 한국이 그러면 그렇지. 


마음을 꺾지 않다가, 뒤늦게 마지막 순간에 꺾이게 되면 마음이 아프니까. 종료 휘슬과 함께 맥이 , 하고 풀리는 경험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것보다는, 어차피 안된다 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비로소 즐거워하는 것이 리스크가 덜하다. 기쁨도 덜하지만. 전반을 보며 마신 맥주 한 잔의 여파로 후반전은 꾸벅꾸벅 졸면서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후반 추가시간의 극적인 골로 한국이 승리. 이어지는 숨막히는 우루과이-가나 전도 우루과이가 추가골을 넣지 못하면서 한국이 16강 진출. 


수많은 카톡방에서 감동을 호소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꺾지 않고 있었구나. DEFT가 알려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나는 잊고 있었다. 언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실낱같은 희망을 보고 맑은 눈망울을 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나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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