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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Sep 03. 2020

변호사였는데, 군인입니다.

군법무관의 삶 (1)

2년차 군법무관으로서, 군법무관으로서의 삶은 꽤나 흥미롭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일이다.


변호사이기도 하고 군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두 집단 중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하지는 않는다. 군법무관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이중적인 지위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이 어떤 직업의 전형stereotype이라면, 어떤 일을 할지 말하지 않아도 예측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군인, 전형적인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뻔하지 않나. 군인, 변호사의 이야기가 외부인에게 어필하려면 그 예측가능성을 깨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드러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일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가거나. 그러나 군법무관은 그 존재 자체로, 확실히 흥미로운 존재다. 그러니 군법무관에 대해서 어찌 쓰지 않을 수 있으랴.




사실 변호사 집단에서의 군법무관은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 집 나간지도 모르는 똥강아지 같은 존재랄까? 그런데 군대라는 집단에서 군법무관은 꽤나 주목받는 존재다. 집단 내의 지위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군법무관의 계급(단기 군법무관에 관해서만 쓰겠다)은 중위 임관, 대위 전역이므로 장교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도 군에서 군법무관의 중요성은 계급에 비해서 엄청나게 크고, 점점 커지고 있다. 내가 겪어 본 군대는 '민간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절차와 적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려 해서 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이런 경향은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도 이러한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현역 군인, 그리고 법무관의 신분으로 군법무관에 관해서 이러니저러니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쓰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내 특기다)써 볼까 했다. 그런데 스크롤이 내려올수록 이것 저것 고민이 많아진다. 군법무관들 내부에서도 워낙 근무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형적인 군법무관의 모습에 관하여서 쓰는게 대표자인 양 쓰는게 조심스럽다. 사뭇 독특한 복무경로를 밟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공군본부에서 송무담당으로 일하다 현재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복무 중이다.)


그래도 또 한 번 특기를 발휘해서 눈 딱 감고, 내가 느낀 빙산의 일각이나마 군법무관에 관해서 종종 써 보려 한다.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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