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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09. 2022

떡 대신 건담

"선생님! 저 설날에  40만원 받았어요~"

"우와 정말?"


 명절 지나고 독서교실에 온 열두 살 승현이가 복돈 자랑을 한다. 요즘 애들은 복도 많아서  복돈도 많이 받는다. 설날에 복돈으로  40만원이나 받았단다. 물가가 오르니 복돈이 자꾸 커진 탓도 있지만, 그래도 큰 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고, 큰아빠가 주고, 고모가 주고, 이모 삼촌이 주고 양쪽 친척들한테 받은 돈만 해도 벌써 2~30만원은 훌쩍이란다.  거기다 아빠 회사에 따라갔더니 어떤 어른이 또 5만원을 주셨단다.  


그렇게 큰 돈을 어찌했을까...

나처럼 애들 이름으로 만들어준 통장에 엄마가 넣어줬겠지?


"승현아! 그렇게 많은 돈을 그럼 어떻게 했어? 엄마가 통장에 넣었지?"

"네~ 6만원만 남기고 통장에 넣었어요."

"6만원은 뭐했어?"

"OO백화점 가서 건담 샀어요~"


  그러면서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책상에 글라*락 유리 반찬통을 꺼낸다.  명절 떡이라도 싸왔나? 가까이 가서 열어보니 건담이 떡 대신 들어있다. 자기가 건담을 너무 아껴서 부서질까봐 반찬통에 넣었다고 한다. 건담을 얼마나 조심히 다루던지. 건담의 검을 얼마나 고이 고이 잡던지...웃음이 난다. 너무 귀엽고 아이의 마음이 사랑스러워서.



핸드폰 게임보다 건담 조립하는게 재밌고, 건담 모으는게 재미지다는 승현이. 아빠가 건담 진열장을 준비해준다고 해서 마음이 한껏 들떠있다. 멋진 취미를 가진 승현이가 부럽다. 그런 아이의 취미 생활을 응원해주는 아빠가 멋지다.


 세상에 핸드폰 게임이 최고 재밌고, 그 세상으로 들어가면 옆에 사람이 와도 왔는지도 모르는게 요즘 애들인데, 건담을 조립하는게 재밌다는 승현이가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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