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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18. 2022

코로나의 날들

시간과 공간이동을 하는 방법에 관하여


"선생님.. 저 방금 코로나 확진받았어요... 오늘 수업 못 갈 거 같아요. 계속 머리가 아프고 이상했거든요.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수업이야 나중에 하면 되고, 너 아픈데 얼른 나아야지.. "


 지난주 토요일 세민이게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생이라고 제법 의젓한 아이가 되었는데,  목표하는 대학을 좀 높게 잡더니만 수시로 슬럼프가 찾아왔고 버거워하는 아이였다. 수업을 두 번이나 빠진 상황이었는데, 그때마다 자꾸 아프다고 했다. 슬럼프가 오니 몸이 자꾸 아픈가 보다 했다. 코로나에 걸린 것이었다.




선생님,  찬희 동생 지우가  확진이 되었어요. 그래서 찬희도 자가진단을 할 상태인데 음성이 나오긴 했어요. 그래도 조심스러워서 이번 주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월요일 3시 와야 할 아이 대신 문자가 왔다. 찬희 엄마는 찬희 동생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찬희 동생이 다닌다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걸린 거 같다는데 그때까지 나는 그곳에서 확진자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어디서 나왔는지도 잘 모른다.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코로나 3년째인데 처음 같지 않다. 처음엔 동선 파악이라는 걸 해서 확진자가 며칠 전 다녀가기만 했다고 해도 문을 닫고 방역을 하고 난리법석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옆을 지나가는 것조차 찜찜해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른 채 그냥 걸린다.


다시 목요일,  찬희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음성이었던 찬희까지 확진이고 자기도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속상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2주 정도 쉬었다 다시 찬희를 보내겠노라고... 이 와중에 내 걱정을 해주며 선생님은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마지막 말에 순간 울컥했다.  



진영님!  저희 집은 남편 확진에서 아이들까지 확진으로.. 저도 몸이 안 좋아져서 오늘 보건소 한번 더 다녀왔어요.  진영님도 조심하시고요"

 

 월요일부터 기분 좋게 온라인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처음 도전해보는 온라인 모임이었고, 그것도 내가 이끎이다 보니 설렘 반 걱정 반이긴 했다. 코로나는 온라인 세상도 비켜가진 못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먼 지역의 인친 가족에게도 찾아왔다. 빨간 머리 앤 책을 받고 설레어하던 분이 영~ 책을 읽지 못한다 싶어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코로나 때문이었다. 남편에 아이들(아이가 셋인데 더 걱정이다)까지 걸렸으니 오죽이나 정신이 없을까.. 오미크론이란 놈은 전파력이 높아서 가족 중에 한 명이 걸리면 다른 사람도 대부분 걸리는 거 같은데.. 걱정이다.

-온라인 독서모임에 남긴 편지-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내 주변에는 나타나지 않을 거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늘 만나던 아이가, 나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확진되었다는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확진 연락만 받으면 다행이다. 아이가 다니는 다른 학원에서 확진자가 있어서 검사를 했는데 불안하다는 연락, 자가진단을 하고 음성이길래 독서교실에 왔는데 이상하게 몸이 안 좋다는 아이까지.


 이제 전화기에 학부모 이름이 뜨면 무섭다. 'OO도 확진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이 시국에 무슨 온라인 독서모임은 하겠다고 설레발을 친 건지 혼자서 자책도 해본다.  '코로나에 전국이 시끄러운데 무슨 400쪽이 넘는 책을 읽는다고 설치냐?'


 이 와중에 생리는 터져서 내 호르몬은 나를 괴롭힌다. 부정과 우울 쪽으로 생각을 끌고 간다.

그래서 자꾸만 새벽에 눈이 떠지는 건가?


브런치에 끼적거리며 내 마음을 달래 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빨간 머리 앤'을 펼쳐서 코로나라는 이상한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던 1900년대

캐나다의 에이번리로 시간과 공간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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