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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03. 2022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았다.

-마늘을 까면서

 엄마는 늘 마늘을 까서  다진 다음 얼려서 보내주곤 했다. 마늘을 까고 다지고 위생 봉투에 넣어서 요리할 때 한번에 톡! 잘라서 쓸 수 있게 모양을 내어 얼려서 보내 주었다.  공부해서 성공하라고 엄마 품에서 떼어내 자취를 하게 하던 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사는 동안까지도 늘 그렇게 엄마는 마늘을 까서 보내주었다. 그냥 다진 마늘 사먹으면 된다고 해도 중국산 마늘은 믿을 수 없고 기본 마늘 양념 같은 건 엄마 손으로 다져서 보내고 주고 싶어했다.

  늘 끼고 살며 밥 해줄 수는 없어도 그렇게라도 챙겨주고 싶었나보다. 당연했다. 까서 얼린 마늘이 당연했듯, 고춧가루도, 멸치볶음도, 김치도 늘 당연했다. 그렇게 내 나이가 40이 넘어가는 동안 엄마가 바리 바리 싸서 아이스팩 틈틈이 끼워서 보내 오는 택배박스를 받는 것이 나는 당연했다.


 명절이라고 시댁 가서 죽어라 노동에 시달리는 며느리도 아니고 핑핑 놀면서 그까짓 마늘 좀 못까겠나 싶어 이번 명절에는 내 손으로 마늘을 깠다. 그까짓 마늘 좀 까는데 어깨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리고 다지는 건 귀찮고 똑같이 사각형으로 모양내는 건 왜 잘 안되는 건지 성질이 난다.  간신히 엄마가 하는 것처럼 흉내를 내서 마늘을 냉동실에 넣었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서야 마늘을 좀 까고 다져서 얼린다. 엄마의 마늘은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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