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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25. 2022

독서의 합목적성을 찾아서

무얼 읽어야 할까? 왜 읽어야 할까?

 읽다만  '제인 에어'를 문제지 탑 제일 위에 엎어 놓은 채, '수능 언어 영역'문제지를 풀고 있었다. 내 옆을 지나가던 국어 선생님이 제인 에어를 집어 들어 슬쩍 보더니 문제지 탑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짧은 한마디

"참나.."

비웃음이었다. 완벽한 비웃음과 조롱.

"대학 가고나 읽던가, 고등학생이 이따위 소설이나 읽고 있냐?"


 중2 때 만난 책벌레 국어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선생님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가 재밌고

 책 읽는 선생님의 모습이 멋있어서 그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지 정확히 3년 후 

고2 어느 날. 

소설을 읽는 행위에 대한 목적을 상실했다.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지와 학습지만 풀기에는 너무 재미없고 팍팍했던 날들. 그런 날들 속에 잠시 소설책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이내 나는 제인 에어를 덮어버린 그 국어 선생님의 눈빛과 비웃음이 떠올라 다른 책은 펼칠 수 없었다.


 아주 짧은 순간, 소설책을 던진  선생님의  그 행위와  비웃음과 조롱 섞인 한마디가 열여덟 나에게 심어준 독서의 목적은 오로지 '시험과 학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원을 다니고 학교 선생이 되겠다고 공부라는 걸 하는 때에도 나에게 독서의 목적이란 전공 학점을 따기 위한 것, 그리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맞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나도 모르게 문학류 서가로 가 있을 때가 있었다.

소설, 수필, 시. 

'아~ 읽고 싶다!'

하지만,

이내 그 책들은 덮어야 했고 제자리에 꽂아두고 나왔다. 그리고 내 손에 들려 있는 책들이란 재미없고 두껍기만한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교육 방법론, 교육심리학'


  열여덟 살에 느낀 그 비웃음과 조롱은 10년 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책은 오로지 교과서와 문제지, 전공책과 수험서만 봐야 하고, 시험을 위해서 하는 학습 독서가 가장 합목적적인 것이었다.



 결국 나는 실패했다. 무엇하나 이루지 못했다.

독서의 합목성도 상실했다.


공부, 시험이라는 목적이 사라졌고,

 이제는 아무거나 내가 읽고 싶은 걸 읽어도 비웃거나 조롱할 선생님이 없었다. 

그림책, 동화, 소설, 수필, 시

시험에 합격하는 것과는 무관해 보이는, 돈 버는 것과는 아주 멀어 보이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좋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니 좋았다.

살아난다.

수필을 읽으며 공감하고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을 생각해보고

시를 읽고 낭만을 느꼈더니 되려 내가 살아났다.



독서의 합목적성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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