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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23. 2022

그런 사람만 만나고 싶다.



세종에 사는 언니(친언니 아님)가  청약에 당첨되어 입주하게 된 아파트의 키를 받은 날! 눈물이 살짝 났다고 했다.

자기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 거겠지.


언니는 그랬다.

되게 안 산다 싶을 정도로

자기 옷도 가방도 안 샀다.

한번 산 후드티를 몇 년을 입던지.



언니는 그랬다.

시어머니가 주시는 물건들 쉽게 버리지 않고

집에 두고 잘 썼다.

주변 사람들이 주는 물건도

버리지 않고 잘 쓰며 살았다.


그래도 언니는 나랑 밥 먹을 땐

꼭 자기가 밥값 내주고,

우리 집에 올 때도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었다.

경조사에 큰 봉투 척척 잘했다.


알뜰살뜰 자기 살림하면서 살지만

주변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런 언니가 멋있었다.

반대로 사는 사람이 워낙 많은 시절이라.



그런 언니가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세종에

서른일곱 평이나 되는 아파트를

사게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세종 집값이 엄청 뛰고 있다는데...

언니는 좋겠네.


부러움은 잠시.


좋았다. 

언니가 그렇게나 좋은 집에 살게 되었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나 좋은 집에 살게 된 언니와 함께

좋아해 줄 수 있는 내가 되었다는 게



 



그것이 물질이든 능력이든 뭐가 됐든

나한테 없는 거,

내가 가지지 못한 거를 가진 서로를 보면서

 (여자들끼리 하는 흔한) 질투는 잠시 잠깐이고



함께 진심으로 좋아해 줄 수 있고

축복해 줄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가 좋다.

그런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만 만나면서 살고 싶다


그럴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 언니가  있는 거에 감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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