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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Mar 08. 2022

아이 연령 대별  육아 현타 목록

1.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3~4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친구가 자꾸 빼앗아 가서 화가 난다고 말한다. 아이는 자기 중심성이 강한 시기라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자기 혼자만 가지고 놀고 싶을 뿐 나눠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집에서도 맨날 언니 동생이 장난감 가지고 싸우는데, 어린이집에선 오죽할까? 그래도 어떡하니.. 공동체 생활이고 어린 너도 사회생활을 배워야지.  열심히 나눔과 배려를 가르쳤다. 애가 이해 못 하는 감정을 가르쳐야 하니 엄마는 현타.

  선생님이 자기한테 화를 냈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선생님과 생활을 하니 선생님의 표정과 말투가 엄마의 표정과 말투만큼이나 신경 쓰인다. 선생님도 사람인데 그날은 좀 날이 서고 예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좀 화를 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화를 낸 게 아니라 아이에게 적절한 훈육이 들어간 상황일 수도 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훈육은 선생님이 화를 낸 걸로 뭉뚱그려 표현이 된다. 그런데 이건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선생님이 이해되는 거고, 아이의 말만 듣는 일방적인 상황에서는 내 아이에게 왜 화를 낸 거지? 선생님이 나쁘네~~ 나의 미숙함으로 현타.



2.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5~7세)는

 유치원에서 이미 글씨를 쓰는 학습지를 시키는데 내 아이가 자기만 글씨(한글)를 모른다고 말한다. 한글을 굳이 4~5세에 가정방문학습지를 시켜 통 글자로 외워 떼게  할 마음이 없어서 뒀더니만, 내 아이만 부족한 애가 되고 위축되게 만들어 버렸나 싶다. 당장이라도 방문학습지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엄마도 조금은 배운 여자니까 '기적의 한글 학습'을 사서 엄마표로 진행했다. 엄마표의 첫 시작!   ' 왜 내 애는 내가 가르치면 안 된다'라고 하는지 깨닫는다. 엄마랑 애랑 감정싸움만 하고, 내 애 가르치다 엄마 성질도 나빠지고 애는 애대로 상처받는다. 엄마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현타.


3. 아이가 초등 저학년(8~10세) 때는

 아무 문제없이 학교에 적응해서 잘 다닐 것만 같은 아이였는데, 학교 앞에만 가면 멈춰 섰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내 허리를 꽉 잡고 얼음처럼 굳어버린 아이. 달래고 달래서 교실 앞까지 같이 갔다. 선생님께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이를 교실에 들여보내야 했던 날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학교에 가기 싫은 건지 아이에게 물어봤다. '선생님이 무섭다'부터 시작해서 '반에 어떤 아이가 자꾸 괴롭힌다'는 말까지. 매일 아침 교실 앞에서 인사한 선생님은 인상이 좋기만 하더구먼,  왜 무서운 거지? 괴롭힌다는 아이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부탁드려 주의도 줬거만,  왜 학교가 가기 싫은 거지?  그렇게 5개월을 보내고 나니 여름방학이 되어버렸다. 나도 오은영 박사님처럼 아이 맘을 척척 읽어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한 엄마라 매일이 현타.


 4. 아이가 초등 고학년(11~13세) 때는

 코로나와 함께 지나가고 있는 초등 고학년, 학교 가는 날이 들쭉날쭉, 원격 학습이 잦아졌다.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거나 장난치는 것은 모두 금지. 급식실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수다 떨며 밥 먹기도 금지. 오로지 입으로는 밥만 먹어야 한다고 했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아이가 그렇게 기대했던 5학년 수련회는 코로나로 멈춤, 6학년 수학여행도 멈춤. 추억을 만들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 ''친구가 없어요", "학교가 재미없어요". 지금 상황이 그런 것이지 내 아이한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한데,  그래도 혹시 내 아이가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역시 나는 오은영 박사님은 아니어서, 아이 심리를 다 꿰뚤지 못해서 현타가 온다.



아직 여기까지 밖에 안키워서 그나마 현타 목록이 이만큼이지 싶다. 더 키우면 육아 현타 목록만 책 한권이 나올 거 같다. 육아의 현타는 순간순간 찾아온다. 나는 오은영 박사님도 아니고, 육아서도 아니고,  대단한 심리학자도 교육자도 아니기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없이 놀라고  방황하며 고민한다.



현타: 현실타격의 줄임말로, 충격을 받았다는 뜻으로 요즘 쓰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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