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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Mar 13. 2022

에세이를 읽다가 눈물 터진 날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비 오는 휴일이 되면 남편은 늘 말한다.

"어릴 때 비 오면 좋았어. 엄마가 일하러 안 가고 전 부쳐 주니까."


비가 와도 휴일이 아니면 전을 안 부칠 핑계가 되겠는데, 비가 오는데  휴일이기까지 하니

엄마의 전이 그립다는 남편을 위해 '파전' 한 장을 두툼하게 지져 내주었다. 느지막이 했더니 어중간한 새참이 되어 저녁은 늦게 차려도 되게 생겼다.


책 읽은 여유가 생겨서 책상에 앉았다.


어제 받는 책  '두 아이가 크는 작은 집 이야기- 집, 사람'을  펼쳤다.

세상에나.. 이게 눈물 콧물 흘리며 읽을 책인가?

그냥 육아의 날들에  덤덤하게  일기처럼 적어놓은 책 같은데, 작정하고 에세이를 쓰겠다고 쓴 책도 아닌 거 같은데... 나는 왜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어느 순간 젖은 화장지가 한편에 쌓여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형아 준비가 덜 된 녀석에게 스스로 해보라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게 싫다는 아이의 어리광을 받기가 힘겨워 잦은 타박을 했다.


 

연년생으로  딸을 낳아버렸더니 큰 딸 수아는 너무 일찍 언니가 되어버렸다. 두 살에 언니가 되어버린 수아에게 나는 다섯 살 쯤이길 바랐고, 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이미 학교에 입학한 언니처럼 굴기를 바랐던 것만 같다. 그 마음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 한편으로 대가족 살림을 꾸리며 버거운 시간을 견뎌야 했던 젊은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나는 엄마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왔던 나만의 약속들을 스스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속으로 앓는 내 모습을 닮은 재희를 보며 내 안의 여섯 살도 같이 앓는다.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더니 둘이나 낳고  키우다 보니 이해 안 되던 내 엄마도, 저만치 밀어내고 있었던 아빠까지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대 내 엄마 아빠의  모습 중 내가 싫어하던 모습처럼은 하지 말아야지 해놓고는 똑같이 하는 날들이 생겨났다. 그래 놓고 나면 나도 아프고 내 아이도 아프다. 그래서 요 며칠 그렇게 아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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