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교회나 성당에서만 하는 건 줄 알았다. 부처를 믿는 절은 역사교과서에서나 등장하고 수학여행때나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
그런 절에 엄마가 다닌다고 했다. 엄마랑 같이 살던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절에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엄마는 언제부터 절에 다녔지?
엄마는 1991년 큰오빠를 시작으로 우리 나이가 열일곱 살만 되면 차례차례 타지로 학교를 보냈다. 내 차례는 95년에 찾아왔다. 이제는 엄마를 떠나서 학교를 다니고 타지 생활을 한 세월이 엄마랑 같이 산 세월보다 훨씬 더 길어져 버렸다.
품 안에 자식으로 키우기보다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크게 되라는 어떤 원대한 목표 같은 게 있어서 그랬을까? 엄마는 단 한 번도 어떤 학교를 가야 한다거나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한다거나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목표나 부담을 준 적은 없다. 학교도 전공도 그 이후의 어떤 선택도 모두 내가 원해서 했던 것들이었다. 엄마는 내가 바라는 것이면 다 좋다고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으면 다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믿어 주었고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시내 외곽 산자락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연등을 걸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프지 말라고, 아이가 원하는 꿈을 이루게 해 달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라고....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지난 일요일
친정집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를 엄마가 다니는 절 앞에 내려주고 가라고 했다.
엄마를 내려주고 가려는데..
엄마는 절 입구부터 너무도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높은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갔다. 엄마가 다닌다는 그 절의 계단을 처음으로 제대로 쳐다보았다.
어느새 30년, 엄마는 저 절을 오르내리며 자식들을 위해 등을 밝히고 기도를 하고 새벽마다 법화경을 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