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두 달 전부터 몸이 너무 가렵고 힘들어요. 병원을 두 군대 가봤고 약도 많이 먹었는데 먹어도 듣질 않네요."
"어디가 그래요?"
"온 몸이 부위를 옮겨가면서 가렵네요"
"어디가 그러냐고요. 봐봐요."
"그게 . . . 요즘은 보여드리기 좀 힘든 곳들이라서요. 제가 사진을 찍어서 왔어요. 사진을 한 번 봐주세요"
"사진 필요 없고요. 한번 봐보자고요."
"아... 그게..."
.
.
"몸에 멍들이 자꾸 드는데 그건 왜그럴까요?"
"그건 내과 가보시고요! 약 안들면 대학 병원 가세요!"
오늘 간 세 번째 피부과, 네 번째 약을 처방받기 위해 향한 병원에서 나의 희망은 더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예민한 부분들 주변으로 집중적으로 올라온 심각한 두드러기들을 보여주기 위해 두터운 겨울 니트를 주섬주섬 들춰 올려야하는 진료실 상황은 너무도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그 동안의 증상들을 차근차근 사진으로 찍어두었다(예민한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의사선생님이 그 사진을 보면 뭔가 답을 주시겠지..
그런 기대는 첫번째 병원에서부터 철저히 무시당했다. 증상이 나타나는 곳을 볼 필요도 없다는 첫번째 병원, 긁으면 다 그렇게 올라온다며 내 팔뚝을 긁었던 의사가 있던 두 번째 병원, 사진을 볼 필요도 없으니 그냥 까보라는 의사, 약이 안들면 그냥 대학병원 가라는 세 번째 병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