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걸 들어야 할 때 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디스크 환자인 남편에게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래 내가 들어야지. 누가 들겠어!'
나는 여행용 트렁크 두 개를 낑낑대며 내렸다.( 2016년 목과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이후로 남편은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나 허리를 굽혀야 하는 행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한쪽에서 통화를 마치고 온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가방을 내리는 동안 올라온 짜증을 표출하기가 무색하게 만드는 너무나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쓰러져서 지금 응급실이래. 나도 바로 가봐야 할거 같아"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진 81세의 시아버지는 그날부터 회복과 위험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응급실과 요양병원의 입퇴를 반복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꽤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미 너무 쇠약해진 시아버지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셨다. 쓰러지고 결국은 1년을 넘기지 못하셨다.
2020년 2월
우리에게 생소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던 그 시점,
나의 시아버지는 25년간의 홀아비 생활을 끝내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나의시월드 생활 고작 12년.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 줄 몰랐다.
시댁이 사라져버렸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그러나 강렬했던 12년간의 홀시아버지 시월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