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돈 안 받아가요
-애가 거기서 뭐해요?
작년 10월에 이사를 했다. 이사 견적을 내는데 요즘은 보통 10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의 이사비용이 들었다. 8년 만에 하는 이사라 그 사이 이사 비용도 물가 상승률만큼이나 올랐구나 했다.
8년 전 경험을 떠올려 보면 주방 살림이라는 게 내가 쓰기 편하게 양념병이며 그릇들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주방 살림 정리 이모님들은 본인들이 편한 대로(?) 정리를 해놓고 가신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다시 싹 꺼내서 정리를 했었다( 포장이사라는게 사실 다 그렇다). 그럴 거면 내가 싸서 내가 정리하지 뭐하러 돈을 쓰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일반이사를 할 자신은 없고, 그래서 이번에 포장이사 견적을 받으면서는 주방 살림 정리 부분을 빼고 비용을 좀 줄였다. (그래 봤자 10만 원 빠지는 건데 사장님이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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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이야. 아침 일찍 포장이사 전문 인력들이 집으로 왔다. 주방 살림은 견적에 넣지 않았으니 놔두고 나머지만 자기들이 싼다는 것이었다. 아... 순간 밀려오는 후회.. 내가 왜 그랬지...
주방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었다. 단순히 그냥 양념병 몇 개, 그릇 몇 개가 아니었다. 나는 주방 살림이 많이 없고 간소하다고 생각했는데 숨겨진 그릇은 왜 이리 많으며.. 냉장고, 김치냉장고까지 각종 반찬통이며 하다못해 계란까지도.. 내가 다 싸야 하는 것이었다.
몇 개 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업체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지금이라도 주방 살림 정리하시는 분 추가할 수 있을까요?"
이미 늦었단다. 그건 사전에 계약을 하고 인력이 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도와줄 테니까 그냥 해보란다.
"네..."(도와주신다는 말씀만으로도 감사)
다행히 경력이 좀 있어 보이시는 이모님 한분이 계셨고, 그분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릇이며 주방 도구들을 척척척 싸시는데 ~ 감탄이 절로 나온다. 냉장고 짐을 정리하는데 세상에 냉장고 청소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친정엄마인가요? ' 감동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 " 엄청 꼼꼼하시네요~ 청소까지 다해 주시고. 진짜 감사해요"
그랬더니 그 이모님이 나의 어깨를 무심히 툭 치면서 하시는 한 말씀
"우리 그냥 돈 안 받아가요~. 돈 받은 만큼 다 해주고 가지~"
그 말씀을 듣는데, 가슴에 훅~ 들어오는 이 느낌 뭐지?
자기들이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도 해주셨다. 그날 우리 집의 이사는 정말 힘든 이사였다.
원래 살던 집이 복층 구조의 빌라였기에 두 번에 걸쳐서 사다리차로 이동시켜서 짐을 빼야 했고, 꺼내놓고 보니 짐은 또 왜 이렇게 많던지~ 나름 미니멀을 추구하면서 산다고 했건만 싸놓으면 많다는 말이 맞았다.
또 한 가지 더 복병은 우리가 가는 아파트가 나름은 숲세권 아파트라 산을 끼고 있다. 하필 또 우리 동은 산 바로 옆에 서 있는 타워형이라 사다리차를 댈 수 없는 상황. 결국 엘리베이터로 짐을 다 옮겨야 했다. 그것도 18층까지....
이사는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으니 말 다한 거 아닌가?
그날 이삿짐센터 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어쩜 그렇게들 척척척 일을 잘하시는지, 안 해도 될 것 같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시는 부분도 참 많아 감사했다. 무엇보다 주방 살림 포장을 도와주시던 이모님의 그 한마디 '우리 그냥 돈 안 받아 가요'는 내내 나의 뇌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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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말이 참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저 놀면서 돈 받는 거 아니에요~ 저 그냥 돈 안받아요"
무엇보다 내가 힘들 때는 너무 쉽게 내 수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나를 재단할 때이다. 내가 어떻게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너무 쉽게 툭 던지는 말들
"애가 거기 가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
애가 가서 열심히 공부는 안하고 노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너무 쉽게 툭 던지는 말!
보통 1년(길어야 1년)도 채 못다닌 아이의 엄마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3년이상 꾸준히 만나는 아이의 엄마들에게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 '동네 엄마가 누구가 좋다고 해서 보내려구요' 하고 오는 경우에는 3~4달 겨우 10번이나 만났을까 할때 꼭 이런 말들을 툭 내뱉는다.
<사심 수업의 한 장면>
고려시대 광종을 공부하는데 책에는 광종이라는 왕이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를 실시했다고 나온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그걸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옛날에 광종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은 있잖아. 미치도록(미칠 광) 왕의 힘을 세게 만들고 싶었던 왕이래.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힘이 세다는 건 뭘까?"
"힘이 세다는 건 내가 강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약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왕의 힘을 세게 하려면 어떻게해야할까?"
광종 하나(?) 하나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이들의 생각만큼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는 것 만큼 아주 능숙하게 표현해주면 좋겠지만,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생각이 단순하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생각이라는 걸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렇게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게 참 재밌구나 그렇게 느끼며 다닌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면 엄마가 묻는다.
"오늘 사심에서 뭐 배웠어?"
첫번째 유형 : "몰라~" , "생각 안 나" 형
그러면 엄마는 도대체 거기 가서 뭐 배우냐 이러고~ 의심을 갖는다. 배우는 것도 없구만 돈 아깝네 .
두번째 유형 : "광종이라는 왕이 노비안검법하고 과거제도를 실시했대"
우리 애가 역사도 알고 똑똑해졌네라고 엄마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돈낸 보람있네 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세번째 유형 : "엄마는 힘이 세다는 건 뭐라고 생각해?" 라고 질문하는 유형
엄마는 "왜? 그런걸 물어봐~" 라고 하면서 그 질문을 회피 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어?"라고 아이의 생각과 질문에 칭찬하기도 하고.
이런 유형으로 나뉜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집으로 오거나 아이가 가거나 하는 학습지를 오래 시킨 엄마들은 빨간색연필으로 체크되어 있는 학습지로 그날 그날 공부한 걸 자기 눈으로 봐야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그 학습지를 자기 손으로 만져야 돈 낸 만큼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독서교실의 수업처럼 아이들이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수업은 빨간색연필 학습지라는게 없다보니 그날 그날 뭘 했는지 잘 모르고 몇달 안보낸 경우에는 꼭 이렇게 말을 한다.
"애가 거기서 뭐해요?"(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아이들과 같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했던 내용을 어떻게 손에 잡히게 해드려야 할까?
음.. 동영상 촬영이라도 해서 보여드리면 나를 의심하지 않으시려나..
우리는 가끔? 아니 너무 쉽게 남이 하는 일은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툭 뱉어버린다. 너무 쉽게 하는 일을 그만큼이나 받냐고 아주 쉽게 말해버린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때 음식값은 아깝지 않지만 그 배달 서비스로 2000원 3000원을 내는 것은 아까워하면서 배달비를 그렇게나 받냐고 툭 쉽게 말을 뱉어버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형태가 없는 노동이나 서비스를 돈으로 평가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함부로 재단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노동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될 수도 있고, 함부로 하는 평가의 말은 그 사람의 가슴에 비수로 꽂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그렇게 돈 아까우시면 사심은 그만 보내시고 학습지 시키세요~.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지만 오늘도 그 말은 가슴에 꾹 ~ 담는다. 나는 학부모에게 상당히 친절한 학원쌤이니까^^:::
"어머니~저 그냥 돈 받는 거 아니에요. 설마 제가 놀면서 돈 받아 가겠어요? 아이가 생각이 좀 깊은 아이가 되면 좋으시겠다면서요. 그럼 생각하는 시간을 주셔야죠. 사심은요. 마음을 열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런 곳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일주일에 1, 2번 세달 네달 다니고서 생각이 깊은 아이로 바뀔 수 있을까요? 엄마가 좀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