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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Jan 11. 2022

금메달 엄마

-딸이 둘이어서 좋은 엄마

"엄마! 언니가 놀이터에서 넘어졌는데 못 일어나요~ 얼른 와요~"


 토요일 오후 둘째 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큰 동요 없이 18층에서 내려갔다(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 큰 딸은 놀이터 바닥에 엎어진 채로 일어서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오른 팔을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다. 훌쩍 자라 키가 나만한 열 세살 된 딸아이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팔이 부러진 것 같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팔이 부러질까? 그제서야 다급해진 나는 남편을 부르고 우리는 응급실로 향했다.


  X-Ray 사진을 보니 오른쪽 어깨 바로 아래쪽 팔이 부러진 게  또렷하게 보였다. 아이들이 넘어져서 골절이 되는 경우 보통은 손목 부위가 골절된다고 하는데, 우리 딸은 좀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태어날 때 좀 고생하며 태어나긴 했지만, 자라는 동안 크게 아픈 일 없이 잘 자라 준 딸에게 팔 골절은  처음으로 일어난 가장 큰 사고다. 아이는 진통제 효과가 떨어지면 통증이 느껴지고, 깁스도 불편하다고 했다. 깁스를 한 오른쪽은 움직일 수가 없고, 오른손과 왼손은 비대칭이 되었다. 오른손이 퉁퉁 부었다.

 

 천만 다행으로 수술과 입원은 면했지만, 의사선생님은 뼈가 붙을 때까지는 아이가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고 하셨다.  오른손과 팔을 전혀 쓸수가 없으니 아이가 영어 학원을 가는 것도 힘들고, 배우고 있는 룻을 연주하기도 어렵다. (때 마침 방학)아이와 일단 한달은 모든 학원을 쉬고 집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빨간 머리 앤을 읽기 시작한 큰 딸

  워킹맘 생활 8년차, 아이가 그동안 크게 아프거나 입원하는 일이 없어서 무사히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입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워킹맘들은 당장 아이와 일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게 현실인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딸들 덕분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건을 앞치마처럼 두르고 설거지 중인 둘째 딸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다친 큰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표정에서도 느껴졌나보다. 작은 딸이 빼꼼이 와서 묻는다.


"엄마! 언니 많이 걱정 돼요?"

"그치. 병원에서 수술할 수도 있다고 한 것도 걱정되고, 언니가 아프다고 하니  걱정되고 그러지..."


 이제 열 두살 작은 딸은 엄마가 학원에 나가 있는 동안 자기가 언니를 챙겨주겠다며 보호자를 자청해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많이 피곤하니까 설거지도 해주겠다고 하며 나선다. 설거지가 재밌을리가 없는데, 재밌다고 하면서...

 


   큰 딸을 낳고 외동으로 키우겠노라고 선언했던 나에게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둘은 낳아야 한다고 했던 남편 덕분으로, 날 때 나서 키우라는 어른들 말씀 덕분으로,  나는 얼렁뚱땅 둘째까지 낳아버리고 딸 둘의 엄마가 되었다.  연년생 딸을 키우며 힘들다 아우성 치던 지난 시간은 어느덧 흘러갔고 그때의 마음들은 흐릿해진 채  나는 이제서야 딸이 둘이면  금메달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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