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영 Jan 27. 2022

메타버스 속 관계의 나사

    요즘 두 개의 세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만나는 말그대로 대면 관계 속의 세상과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지만 글과 사진으로 만나는 비대면 세상 일명 메타버스. 하나의 세상도 바빠 죽겠는데 두 개의 세상에서 살려고 하니 정신이 없기도 하고 두 배로 힘들기도 하고 두 배로 속상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두 개의 세상을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나의 첫 온라인 관계는 다음카페(daum cafe)였다.

일반사회과 중등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북소년 사회과카페'였다.  일반사회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카페다. 사회과와 관련한 가장 많은 정보가 있고 지금까지 현존하는 걸로 보면 이제 꽤 역사가 긴 카페가 된 것 같다.  2004년 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곳에도 소속이 없던 나의 신분은 그냥 '임고생'일 뿐이었다. 학생도 아니고 그냥 수험생인 신분,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속에서 게시글을 남기고 답변을 달아주면서 해소해 나간 듯 하다.  특히나 '질문과 답변' 방에서 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공부를 하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사람들이 질문을 남기곤 하는데, 나는 그 방에서 거의 매일 답변을 달아주면서 내 공부를 했던 거 같다. 답을 해주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 공부하려는 목적이랄까?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나의 닉네임이 자주 노출이 되었고, 나를 찾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느 순간 얼굴은 모르지만 관계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뭔가 끌림이 생기기도 했고 마음이 오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목적이 있는 카페에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는 법, 나는 시험에서 낙방을 하고는 그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 속 관계는 모래성처럼  모두 무너져버렸다.



나의 두 번째 온라인 관계는 네이버 카페(naver cafe)와 블로그였다.  결혼을 하고 남편의 근무지로 가게 된 나는 남편 외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곳에 낯설었고 외로웠다.  그러다 우연히 '레몬테라스'라는 셀프인터리어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현재 296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카페로 남아 있던데(최근에는 잘 안들어가서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몇년 되지 않은 카페였다. 특히 나는 셀프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방에서 활동을 했다. 자기가 셀프로 꾸민 집 사진을 DSLR카메라로 예쁘게 찍어서 올리는 방이었다. 그때는 또 DSLR카메라가 유행인 시절이라 굳이 꼭!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잭을 연결하고 컴퓨터로 옮긴 후 그렇게 그 카페에 올렸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에도 올리면서 스토리를 쓰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역시 또 그 곳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올린 사진들에 반응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작은 집을 어쩜 그렇게 센스있게 꾸미느냐며 칭찬해주는 사람도 나타났고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사람도 나타났다. 남편 말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 살았지만 나는 네이버카페와 블로그라는 더 큰 세상에서 살면서 외로움을 달랜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지쳐가면서 인테리어와는 서서히 멀어졌고 특히나 셀프는 나에게 불가능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레몬테라스와 멀어졌고 그곳에서의 관계도 끊어졌다.



 풀어져 버린  나사처럼 온라인 관계는 그렇게 다 끊어져버렸다.



  

코로나 이후로는 온라인이라는 말보다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이 사용되면서 사람들에게 어서 메타버스에 올라타라고 한다. 메타버스에 살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사람인 것만 같은 시선도 있다. 나는 그렇게 살짝 등떠밈을 당하며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MZ세대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던 인스타(instagram) 세상에 들어갔다. 그 세상으로 들어가보니 왠 걸? 내 또래 혹은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지각한 느낌이 들었다. 지각생이라 따라잡으려니 숨이 차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팔로워를 늘려야 한다고 누가 가르쳐주었다. 그럴려면 다른 사람들 계정에 들어가서 하트를 눌러주고 댓글을 남기라고 했다.  몇번 해보긴 했으니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어디에 하트를 누른건지 기억도 안나는 시간들...내가 왜 이런 곳에서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일까 한심하기도 했다. 인스타를 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접어두려는 찰라! 

 한 작가의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첫문장'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같이 글을 쓴다길래 무작정 신청을 했다. 매일 새벽 작가님이 배달해주는 글감을 받고 한달을 꼬박 글을 썼다.  브런치작가라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첫문장& 브런치 작가 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낯설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이곳은 내가 머물러도 될 만한 곳인가? 마음을 줘도 다치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을 했다. 슬럼프도 있었다.  한동안 그 방을 쳐다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돌려주면 꽉 조여지고 왼쪽으로 조금만 돌려버리면 풀어져버리는 나사같은 마음이었다. 왼쪽으로 돌릴까? 오른쪽으로 돌릴까?


  묵묵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덤덤하게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사람들이 내 마음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런걸 하면 좋데요 하고 자꾸 가르쳐주는 작가님,  나처럼 유산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림책으로 이겨낸  사람,  나처럼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내 일을 만들고 나만의 길을 개척하려 노력하는 사람,  나처럼 작은 다이어리를 작은 쪽지와 함께 나눌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  나처럼 오랫동안 사교육을 하면서 수없이 고민하고 내공을 쌓은 언니, 나처럼 두 딸을 키우면서 일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는 동생(이 동생은 심지어 글을 너무 잘 씀).  한 사람 한 사람(다 담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 내 마음에 닿기 시작했다.  휙휙 지나가는 영상이나 보정한 사진으로 만나는 인스타 속 빠른 관계와는 느낌이 달랐다. 나와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길을 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괜찮았고 멋있고 좋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방에 살게 되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따뜻해고 고마워지기 시작했다.


  느슨하게 조여져 있던 메타버스 속 관계의 나사가  매일 조금씩 조금씩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오늘 새벽에도 글 잘쓰는 동생의 글과  마음 따뜻한 내공 꽉찬 언니의 글까지 두 편을 읽고서 나사를 좀 더 조여준 거 같다.

나사가 꽉 조여져서 오래 동안 안 풀리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은 오래 알고 지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에 처음으로 글 공유도 해본다. 그 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https://brunch.co.kr/@blueattic/56

https://brunch.co.kr/@blueattic/57


매거진의 이전글 금메달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